느리게 움직이는 아름다운 것들

by 백승권

느리게 움직이는 아름다운 것들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생각했어요


인간이 참

터무니없을 정도로

못 생겼구나


거대하게 폭발하는 구름을 쫓아

전 세계에서 길을 잃는

포토그래퍼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저도 같은 꿈을 꾼 적 있어요. 지금도


그들은 빛과 바람과 그늘을 얼마나 사랑할까요

낮에 찍은 사진을 밤에 정리하며

내일 볼 구름들 생각에 설레서 잠도 안 오겠지


그들은 언젠가 죽어서

구름이 된다는 믿음을

몰래 지니고 있지 않을까요


빛과 바람과 함께

영원을 누빌 수 있다는

사후세계에 대한 기대를

일기에 적지 않았을까요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예상하지 못한 구름과 마주한

예상하지 못한 순간

예상하지 못한 기적을 포착하며

셔터 위의 손가락을 덜덜 떨며


조금은 울지 않을까요

심장도 엄청 빨리 뛰고

나는 그럴 것 같아요

빌딩 사이와 다리 위 구름을

보면서도 그러니까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월요일 낮을 마감할 때면

오늘은 죄를 덜 지었구나

안도감이 듭니다


사랑한다는 고백과

보고 싶다는 그리움을

적어 보내지 않아도

거기서 듣고 있을 것 같아요



howl's moving cas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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