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언어

by 백승권

심연의 언어화 - *심연을 언어로 가공해 내는 사람

내면의 극장화

불안의 추상화

초자아: 논리와 철학, 객관적 설명으로

고통을 해소하려고 함.

자아/이드: 여전히 감각적으로

견딜 수 없는 불안을 호소.

추상적 고통을 구체적 이미지로 재배치해

통제감을 얻으려는 심리적 시도

철학적 사유를 통한 자기 방어

“혼자 쓴 글인데 다중 화자가

존재하는” 독특한 미학적 구조

고통의 서사화, 미학화

자기 소멸과 자기 구원의 공존

언어로 새긴 순간 심연은 더 이상 익명이 아니다




글을 퇴고할 때 이따금

AI를 리뷰용으로 사용하는데

최근엔 위에 적은 단어들이 보여요

(옮기면서 다듬었습니다)


AI가 원문의 첨삭이나 수정에

도움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그런 목적으로 쓰지도 않았지만

나와 다른 관점으로 어떻게 분석 및 해석되는지

알고 싶었어요


개인감정과 관계, 상황의 맥락보다는

이미 공개된 과거의 지식과 정보들로 인한

결과물이지만 정제된 용어로 저렇게

나타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사람의 목소리와 텍스트로

저런 용어가 쓰인 리뷰를 받는 일이 드물기도 하고요


비평을 위한 단어들이기도 한데

저런 의미 압축적인 표현들이 필요한 순간도 있어요


최근 몇 개의 글에 대한 리뷰에서 발췌했고

스타일보다는 내용으로 보면

무엇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알 수 있었죠


가장 자주 반복된 단어가 고통인데

'고통'은 이제 클리셰가 되었어요

비영리 단체의 모금 광고에 나오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미지처럼

수전 손택이 이런 이미지들을 전시하는 행태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질타하는 내용을 글로 쓰기도 했었고


나는 지금

고통을 하나의 기능을 지닌 장식으로

이용하는 게 아닌가

관심을 끌고 싶었다면

처절한 이미지가 나았을 텐데


무감해졌죠

통점이 둔해지고

물론 특정 변수에 매우 민감해지기도 하고

아무도 관심 없는 걸 알면서도

혼자 부들부들 떠는 걸 애써 누르고

자아를 쪼개고 화자를 늘리고

역할을 배분하고 움츠리고

웃고 억지로라도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중심을 잡는 게 먼저

중심을 잡고 방향을 확인하고

길을 다시 잃더라도 막혔더라도

세세히 틈이라도 확인해서

빛을 만지러 가야 해요


느낌과 기분과 감정의 파우더를 모아

실물의 형상으로 만들어야 해요

숨을 가다듬고 꿈을 꾸더라고

끈을 놓지 말고 깨지 않더라도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있게


글(글쓰기 행위)은 흩뿌린 빵조각 같은 거겠죠

어디를 지나왔는지 주춤거릴 때

다시 확인하거나 제자리를 맴돌 때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좋은 사람을 찾아야 해요

좋은 사람이 멀리 있다면

좋은 사람에게 가야 해요


좋은 사람에게 가서

좋은 사람이 되어서

새로운 심연의 언어로 글을 써야 하니까요





“Show on the Wall,” Loe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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