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모른다

쉽게 말하진 못하겠다

by 백승권

야구를 잘 모르니
사는 게 야구와 같다고 쉽게
말하진 못하겠다.

허나
점수만 많이 내면 이기는
승패의 기준이 아닌

누군가 타자가 되고
누군가 투수가 되고
누군가 포수가 되어

각자의 자리에서
먼지와 싸우고
속도와 싸우고
압박과 싸우며
9회 말 또 그 이상의 시간까지
변수를 견디고
몸의 균형을 잡고
합의된 리듬에 맞춰
던지고 뛰고 달리고 부닥쳐야 한다면

그게
삶과 다르지 않을 게 뭐가 있나

팀이기도 하고
개인이기도 하고
스타이기도 하고
아버지이기도 하고
아들이기도 하며
한 마리 짐승이기도 할 테다.

울고
피 흘리고
다치다
흙먼지와 땀이 뒤섞인 얼굴로
전광판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래도 자기 생의 주인
싸움꾼
여행자
홀로 걷는 자

그든 그녀든
야구가 끝나든 지든
다음 경기는 여전히 진행될 것이고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다음 시즌 또한 이어질 것이다.

점 선 면 펜스 담장 다이아몬드 함성 장외홈런

뭐가 다를까
무리를 지어 싸우고
개인이 되어 즐긴다

4번 타자 못 치면
3번이 치면 되고
선발이 지치면
교체하면 된다

그렇게 계속될 거다.

어깨에 총 맞고 마운드에 서고
마라톤 완주하고 마운드에 서던
미친 고교 야구 만화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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