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라 록하트 크레이너 주연. 개비의 매직하우스 극장판
인형 놀이는 인간이
인형처럼 대우받을 때까지만 가능하다
사탄의 인형이나 토이스토리처럼
인형에게 인격을 부여하고
인형이 인간에게 감정을 표현하거나
그로 인해 인간이 영향받는다고
해석하고 어떤 결과물 등을 만들면
다수가 영향을 받는다
토이저러스나 레고스토어에서 산 제품이 아닌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의 한토막 시즌 내내
한 몸처럼 붙어 다닌 생명체 이상의 존재로
인형(장난감)의 지위는 격상되고
아주 오랫동안 권능을 부여받으며 지속된다
인형의 주인이 사회적으로
인형을 지나 인간이 되기 전까지만
인형의 주인 및 소유자,
인형 같던 인간이
인간 같은 인간이 되면
인형은 점점 쓰레기가 된다
그전까지는 다양한 역할에 빙의하며
영매 역할을 도맡았지만 주인이
말과 글을 배우고 길어지고 무거워질수록
인형의 자리는 좁아진다
중앙에서 변두리로
이불속, 베개 위, 책상 위에서
서랍 안으로 처박혀 거미와 개미,
좀과 곰팡이와 친해진다
사시사철 보호자가 치우고 정리하던 인형이
어린 주인의 책임 대상이 되었을 때
인형은 짐이 되고 귀찮아지며 순위가 밀린다
결국 합의와 방임 끝에 분리되고 수거되고
태워지거나 해체되고 잊힌다
새 인형으로 자주 대체되기도 하지만
종량제봉투, 헌옷수거함, 아름다운 가게 정도로
폐기 경로가 정해진다, 그곳에 주인은 없다
인격이 부여된 대상으로 여기고 표현을 교정하면
사회적 타살 또는 생물학적 소멸 정도다
인형의 이용가치는 거기까지다
신체와 정신, 감정과 움직임의 기능이 미약한 인간이
정서적 위안을 얻고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위해
일정 시즌을 두고 곁에 두는 정도
이 과정 동안 보호자는 자본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여하며
인형의 입양과 배치에 힘을 기울인다
그리고 인형이 치워진 자리에는 책장과 피아노,
여행지에서 찍은 가족사진과
미술대회에서 받은 상장 등을 놓아둔다
더 이상 아무도 인형에 대해 거론하지 않는다
억지스러운 외압이나 망각을 위한 시도는 거의 없다
잊힐만해서 잊혔고
잊힐 때가 되어 잊힌 것이며
필요 없기 때문에 가까이 두지 않은 것이다
운이 좋은 펫들이 개모차에 오르듯
살아남은 인형들은 브랜드가 된다
넷플릭스와 대기업의 영화가 되어
세뇌에 가까운 반복 노출(광고)로
말 그대로 생존의 기회를 획득한다
개비의 매직하우스 극장판 같은 신세가 된다
긴 연휴의 시작에 시간을 보내는 법을 찾다가
표를 예매하고 TV에서 본 이미지와 비교하면서
보다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 어둠 속을 빠져나와
간식을 먹다가 다시 잊히는 신세
인형에서 인간이 되면
인형놀이는 그렇게 끝난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런 말도 떠오를 수 있다
다 그렇진 않다고
다 그렇진 않다는 믿음으로
개비의 매직하우스 극장판 같은 걸
계속 만드는 비즈니스 세계가
유지되고 있다
감정은 없다
함께 본 도로시와 나는
개비 역할을 한 배우의 실제 나이를
대략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