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과녁이 보이지 않아도
화살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화살에 묶어 보낸 편지를 읽었는지
그동안 보낸 비둘기는 어디로 실종되었는지
편지를 읽었다면 답장은 썼는지
답장이 어떤 방식으로 오는지
아니면 이게 다 나 혼자서
"시나리오 쓰고 있네" 인지
결과에 대한 기대 없이
시작한 일이라기엔
너무 많이 쓰고
자주 오래 생각하고
끊임없이 수정하며
일일 폐활량의 일부를
할애하고 있어
마치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실제로 바로 얼마 전에도
진정되지 않아 마구
엉켜 움틀거렸던 내면이
쓰는 동안 입 안의 얼음처럼
녹아내렸어. 빠르고 감미롭게
과거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확할지도 모르지
되돌릴 수 없고
답장을 쓸 수 없으며
영원히 기억될 테지만
그만큼 눈을 붉힐
아무도 나처럼
기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아서 집착하는지도 몰라
숨겨진 것들은 늘 매력적이고
뜯을수록 아픈 상처는
더 후비고 싶어 지니까
무서운 일이야
끝을 정할 수 없어서
시작도 복잡하지만
마지막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