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ude)
얼마나 많은 우연이 쌓여
기어이 우리가 마주했을까
서로의 앞까지 오는 동안
단 한 번의 헛걸음만 있었어도
우린 다른 눈을 보고 있을 텐데
(intermission)
불안이 더 이상 불안이 아닐 때
불안의 객관화를 시작하고
불안의 농도가 마치
진정성의 척도라고 여겼던
기준에 대해 의심을 품는다
누군가를 동경하게 될 때
그 사람이 나보다 높다 여기며
자꾸 바라보고 닮고 싶을 때
노력으로 가질 수 없는 부분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고
그게 매료시키고 흠모하게 할 때
하지만 같은 지위의 사람은
결코 될 수 없겠구나
인정하게 될 때
그렇게 체념까지 이르며
다시 동경으로 돌아갈 때
당신의 지위는 인간을 벗어나게 돼
그런 당신과 연결되었다는
망상만으로도 어떤 귄위를
얻은 듯 혼자 웃기도 하지
성냥팔이 소녀의
마지막 작은 불이 꺼진 듯
얼어 죽어가지만
입김만으로도 다시 살아났다 믿으며
하얀 도시 위를 날고 있을 때도 있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구나
내게만 보이는 당신이 있고
당신이 나의 옷을 입었는지
내가 당신의 발자국 위에
착지했는지 헷갈릴 때가 많고
작은 눈을 다시 떴을 때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더 잠든 척
이불을 더 길게 뒤집어쓰고 싶어
(pause)
제발 아프지 마세요
곁에 있어도 없어도
초고도의 현대 의학으로도
온전히 대신 아플 수 없어서
말과 글의 위로라는 무능 외에
해줄 게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