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안에 유명해질 수 있을까
희대의 범죄자 이런 걸로 말고
유명해지면 뭐 할까
돈이 들어오겠지
돈 들어오면 뭐 하지
해외여행은 좀 흔한데
기부도 괜찮을 것 같아
인류애 실현 차원에서
일단 차를 바꿔야 해
10년 넘었거든
아직 4만도 안 탔지만
재규어 이번 라인업 한국 들어왔나?
5성급 호텔에 가고 싶어
지난번 숙소는 별로였거든
이른 조식은 지겨우니
룸서비스와 디너도 먹자
가방과 구두도 바꾸고 싶어
셀린느, 생로랑, 로에베, 랑방
로고 없거나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걸로
쓰다 보니 겨울옷도 더 있어야 해
더 로우는 거품 같기도 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것들에 익숙해지고 싶어
브랜드가 자기소개를 대신하는 것만큼
안쓰러운 것도 없지만 너무
시끄럽지 않게만 피부를 감싼다면
그만한 스타일링이나 영양제도 없겠지
운동보다 패션이 장수에 더 기여할 걸
자본으로 보호받고 싶어
유명과 직결되는 건 다른 결이겠지만
남들의 성량에 맞춰 따라오는 것들을
추구미의 재료로 삼고 싶어
진지한 건 아니고
언젠가 산소호흡기와 마취제에
폐와 심장과 뇌를 맡기기 전에
한번 아니 한 시즌 정도는
겪어보고 싶은 것
막 대단한 비전 같은 것도 아니잖아
드러나지 않는 소비와
자연스러운 배려를 위해
불특정 다수의 격렬한 반응을
원하는 거지
선택한 방향
선택한 분야
선택한 자리에서
스스로에게 검증과 인정을 받으며
독보적 지위를 스티커처럼
붙이고 있는 것
어이 김씨 다 쉬었으면
여기 쌓인 박스 좀 날라
이런 농담에 박장대소했던
지난날에 미소 지으며
뭘 상상하든
이루지 못한 것들과
겨우 닿았던 것들과
바라지 않았지만 얻어진 것들 사이에서
담배연기가 묻은 얼굴로 욕을 하며
무감각해지기 전까지
시달리겠지
잘 지내세요
저도 그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