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에게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입을 크아아 벌리고 밥을 넣는다

by Glenn

도로시는 이제 숟가락을 직접 잡고 밥을 먹는다. 제대로 잡지 못하고 흘리며 그냥 놓아버리기도 한다. 숟가락이 입으로 들어가는 거리가 저렇게 멀 줄이야. 모든 게 처음인 도로시에게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는 눈치로 흘리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직접 먹이거나 아내가 먹이고 난 달래고 응원하며 지원해주는데 문득 도로시의 스푼을 잡은 손과 도로시의 입의 거리가 무척 아득하게 느껴졌다. 수십만 번 학습된 어른에 비해 방향도 목적도 낯선 초행길.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입을 크아아 벌리고 밥을 넣는다. 짧게는 15분 많이는 30분 이상도 걸릴 때가 많다. 하루 기본 세 번. 이제 우유와 간식은 수월해졌는데 밥을 먹이는 일은 여전히 난제다. 도로시가 표현력이 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하거나 입을 다물거나 먹은 걸 그대로 내뱉기도 한다. 난처해하면 재밌어한다. 곁에서 지금껏 기억하는 모든 응원 메시지를 뿜어내며 아이를 독려한다. 배가 많이 고프면 앙하고 빨리 먹기도 하지만 늘 그렇진 못하다. 새로운 반찬을 먹여야 하고 숟가락 연습도 시켜야 한다. 손과 입을 닦고 물을 먹이고 양치질을 시키고. 내내 웃음을 유도한다. 좀 시간이 걸려도 매번 거의 다 먹인다. 수백 일 동안 아내는 이 식사를 위해 수십 권의 책을 탐독하고 연습장을 까맣게 채웠으며 수천 개의 게시글을 참고하며 한 끼 한 끼를 만들었다. 끼니가 아니라 예술가의 고뇌와 노고가 담긴 작품이고 그에 맞게 소비되어야 했다. 시행착오의 최소화를 위해, 세상 모든 불운의 방지를 위해 아내는 모든 영혼을 끄집어내어 장작으로 지폈다. 한두 번 사 먹였지만 기대에 찰리 없었다. 도로시를 위한 나만의 영역이 없던 건 아니지만 도로시의 밥을 만드는 일만은 아내의 성역이자 성전 같아 보였다. 복잡한 목적을 향해 시간과 재료와 조리를 통제하는 그녀의 모든 과정을 아직도 난 세세히 파악하지 못한다. 다만 그동안 다른 즐거움으로 도로시를 기쁘게 한다.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시키려 고민한다. 열거할 수 없다. 우리의 임무는 너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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