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승권 Feb 20. 2018

쓰리 빌보드, 돌아오지 않을 너를 위해

마틴 맥도나 감독. 쓰리 빌보드

(프랜시스 맥도맨드) 싸우고 집을 나간 그날, 너는 돌아오지 않았다. 죽은  발견되었다. 형체를 알아볼  없을 만큼 불에  시체였다. 흙과  위에 형체 그대로의 자국이 남아 있었다. 죽어가며 강간당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딸이 어떻게 돌아오지 않을  있고, 누군가에게 살해될  있고, 숯검댕이가   발견될  있고, 죽어가면서 강간당했다니. 사건 발생  남편( 호키스) '냄새나는' 19살짜리 여자애와 바람이  집을 나갔다. 수달 동안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아니 잡으려는 의지도 없어 보였다. 경찰들은 놀고 있었다. 흑인을 고문하고 인종혐오 농담을 즐기고 있었다.  동네 이름은 미주리 에빙, 마초 백인 쓰레기들이 거들먹거리며 사는 시골이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범인은 제 발로 경찰서로 걸어오지 않았다. 외곽에 있는 집 근처엔 광고판 세 개가 있었다. 마지막 광고가 걸린 지 한참이 지나 있었다.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맨드)는 절박했다. 24시간 1분 1초 딸을 향한 미안함과 범인의 단죄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경찰들을 움직여야 했다. 그들의 태만한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밀드레드는 세 개의 광고판을 1년 간 계약한다. 원하는 문구를 크게 넣어서. 경찰 우두머리를 조롱하고, 미진한 수사를 비난하고, 비극적인 사건을 모두에게 상기시킨다. 작은 동네에서 모두가 불편할 일이었다. 경찰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분개한다. 경찰서장 윌러비(우디 해럴슨)가 찾아온다. 그는 암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경찰 우두머리가 죽는다고 딸을 죽인 범인을 포기할 수 없었다. 연민과 단죄는 같은 저울 위에 놓일 수 없었다. 윌러비는 미안해했고 합리적 방법을 모색하려 했지만 결론은 최선을 다했고 지금은 어쩔 수 없다였다. 밀드레드는 용납할 수 없었다. 딸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범인을 포기한다면 세상에 어떤 죄가 어떤 피해자가 어떤 정의가 존재할 수 있을까. 추가 범죄와 피해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저런 개소리를 듣는 동안 지금도 이름 모를 소녀들이 살해당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윌러비는 광고판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밀드레드는 거절했다.


윌러비는 동네 공권력의 중심축이었다. 측근들의 보복이 돌아오고 있었다. 밀드레드는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다. 거친 욕설과 폭력으로 되돌려준다. 측근의 중심엔 윌러비의 오른팔, 'Fuck Head' 딕슨(샘 록웰)이 있었다. 그는 인종 혐오자이자 마마보이였고, 경찰복을 입은 멍청한 백인 쓰레기의 상징이었다. 딕슨은 밀드레드를 경계하고 제압하려 한다. 윌러비의 골칫거리는 자신의 골칫거리였고, 밀드레드는 상처받은 시민이 아닌 자신의 적이라고 여겼다. 윌러비가 죽은 후 딕슨의 슬픔과 분노는 극에 달한다. 밀드레드 역시 놀랐지만 멈출 수 없었다. 딸의 죽음은 달랐고 범인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광고판이 불타오르던 밤, 밀드레드는 억장이 무너진다. 범인을 잡기 위한 자신의 최선이었고 가진 돈과 의지를 모두 걸었다. 그런 광고판이, 누군가에 의해 불타버렸다. 밀드레드는 작정하고 경찰서에 화염병을 던진다.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지옥에서 적을 이기는 법은 복수와 폭력뿐이었다. 하지만 삶은 예상과 달랐다. 광고판을 없앤 건 경찰이 아니었다. 밀드레드는 지쳐가고 있었다. 흔들리고 있었다. 얼마 후 용의자로 예상되는 자를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는다. 밀드레드는 끝낼 수 없었다. 남은 생은 온통 딸 안젤라를 위한 것이었다.


영화에서 "증오로는 아무것도 해결 못해"라는 대사가 나온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너무 틀린 말이다. 상실과 분노, 슬픔에 휩싸인 당사자에게 저런 말보다 쓸데없는 소리는 없다. 저걸 모르는 성인은 없다. 이성은 마비되었고 행동을 이끄는 건 감정이며 딸이 죽어가며 강간당한 후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된 상황에서 부모에게 '진정하라'는 말은 어떤 침묵보다도 무용하다. 밀드레드는 격렬히 저항한다. 공권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며 자신의 분노와 슬픔을 격정적으로 표출한다. 밀드레드의 액션은 전략이 아니었다. 순수한 의지였고 마지막 카드였다. 단 한 사람라도 더 자신의 이야길 들어주길 원했고 범인 검거에 한 발자국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 그게 생전 해주지 못했던 딸을 향한 유일한 위로이자 애도였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딸 안젤라를 위한 안간힘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은 이렇게 물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