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 오브 라이프, 대답 없는 신

테렌스 맬릭 감독. 트리 오브 라이프

by 백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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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잃은 여자(제시카 차스테인)는 신에게 묻는다. 생명의 탄생과 우주의 생성이 화면을 메운다. 그녀의 목소리는 대양과 천공을 지나 ‘그’에게 닿았을까? 그녀의 눈물은 그치지 않는다. 마른 얼굴을 덮고 헝클어진 머리를 바로 빗지 않는다. 삶의 근원을 상실하고, 시간의 동력이 기능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을 잃었고 자신보다 큰 세상을 잃었으며 우주를 잃었다. 그녀는 미아조차 되지 못했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녀의 표정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의 그 너머를 응시하고 있다. 그녀의 남편(브래드 피트)과 남은 두 사내아이는 아무 말하지 않는다.


남자(숀 펜)는 아버지를 회상한다. 그의 유년기를 회상한다. 영화는 처음으로 돌아간다. 가족의 생성. 젊은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고 같은 집에 살고 아이를 낳는다. 순결하며 성스럽고 거룩하다. 둘째 아이, 셋째 아이가 생기고 아이들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탈없이 자란다. 순조롭고 평화롭고 모범적이다. 마치 미정부가 중산층을 대상으로 만든 공익캠페인 영상처럼 평범한 순간들이 세련되게 흘러간다. 아이들은 자라고 아비의 표정은 근엄해지고 어미의 표정은 어두워진다. 어미가 웃을 때는 오직 아이들하고만 있을 적이다.


아비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특허 업자다. 집엔 피아노가 있고 그는 자신의 꿈과 다른 일을 한다. 아들을 옆에 세우고 자신의 연주에 심취한다. 아비의 보수적 강압적 훈육에 지친 아들. 아비는 식탁에서의 말 한마디도, 문을 여닫을 때도, 아들의 모든 행동에 통제를 가한다. 아이들의 표정은 어둡다. 소년이 된 아들은 아비에게 말한다. 난 당신이 싫다고. 어미는 그런 남편을 제어하지 못한다. 그는 언성을 높일 때마다, ‘자신이 소유한’ 집에서 아내를 나가라고 하니까. 가족을 사랑하지만 방식은 늘 자기중심적인 가장. 그는 추진하던 사업이 기울고 고개를 숙인다.


과거와 현재와 추상의 세계가 교차한다. 등장인물들 끊임없이 신의 존재를 묻는다. 그의 대답은 들리지 않고, 인간은 자신을 내동댕이친 절대자에게 항변한다. 절망과 혼돈의 끝에서 그들은 스스로에게 묻는 듯, 신에게 대답을 요구하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고 관계는 변하며 일상의 사건들은 멈추지 않는다. 기쁨도 슬픔도 만남과 헤어짐도 예외 없다. 어느 누구와도 다르지 않은 삶 속에서 극적인 순간들을 맞이한다. 남자는 가족의 생계를 이끌고 여자는 아이들을 돌보며 아이들은 무리 지어 자라고 싸우고 화해한다. 각각의 주어진 역할 속에서 자아는 드러나지 못한다. 자신에게 맡겨졌다 여기는 일을 하고, 닥치는 상황을 받아들인다. 신의 존재를 인지하면서도 세속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맹렬히 사투한다. 짓밟는 법을 가르치고, 돈을 좇는다. 좌절하고 상실한다. 특별한 건 없다. 어차피 삶이란 나무는 그렇게 뿌리내리고 가지를 뻗고 있었다. 진지한 삶에 관심 있다면 영화는 농밀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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