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범죄 스릴러. 오자크
1. 아빠.
회계사다. 고지식해 보이지만 임기응변에 능하다. 고객이 누구든 맡기면 제대로 판단하고 정성껏 불려준다. 고객이 누구든. 어느 날, 거대 마약조직 부두목이 접근했을 때 그는 거절할 기회를 날린다. 똑같은 고객으로 대했고 전혀 다른 결과를 맞는다. 그리고 결국 범죄의 일부가 되기로 결정한다. 결정한 순간 전임자는 눈앞에서 눈알이 파인 후 목 졸려 살해당한다. 그들의 방식. 아빠는 더 이상 옵션이 없다. 그렇게 돈세탁 전문가가 된다. 간덩이가 부었는지 이것도 빼돌리다가 걸려 동료들이 전원 사망한다. 아빠는 유일한 생존자가 되기 위해 허황된 베팅을 한다. 그리고 베팅 액수를 엄수하지 못하면, 가족과 함께 모두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는다. 타협점이 없다. 그는 그렇게 가족과 함께 오자크로 이사한다.
2. 엄마.
한때 오바마 대선 참모였다. 지금은 시들어가는 가정의 잔소리하는 엄마이자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다. 불륜 장면이 영상에 찍혀 남편이 알게 된다. 불륜 대상 남자는 초고층 빌딩에서 떠밀려 죽는다. 엄마는 남편이 돈세탁 범죄에 연루된 걸 다 알고 있다. 남편이 정보를 공유했으니까. 가족이 몰살당할 위기에 처하고 오자크로 이사한다. 거기서 그녀는 엄마와 아내를 넘어 재능을 실현할 기회를 쟁취한다. 그 재능은 어쩔 수 없이 범죄의 확산에 기여한다. 범죄자로서 남편과 기이한 동료애를 확인하기도 한다. 자식에게 침묵으로 살인을 수락하기도 한다. 납치되어 꼼짝없이 죽을 위협에 시달리기도 한다. 남편은 가족을 범죄로 물들이고 아내는 핵심 공범자가 된다. 그럼 자식들은?
3. 딸.
고교생이다. 부모가 자신을 아끼는 건 잘 알겠는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 하라는 대로 오자크라는 듣보 동네로 이사는 왔는데 여기서 대체 뭐 어쩌란 건지 대책이 없다. 불만이 폭주한다. 여기 토박이 같은 양아치 가족들이 있는데 거슬려 죽겠다. 또래 남자애 하나가 있어 그나마 낫지만 그렇게 앞날이 밝지 않다. 엄마는 바람피우다 걸리고 아빠는 돈세탁 범죄자라니, 저런 부모와 한집 살아 뭐하나 싶다. 심지어 돈세탁 과정에 가담하게 된다. FBI가 동네와 집안을 들쑤시고 몰래 빼돌린 돈 걸려서 최대 위기에 처한다. 부모 자식 관계를 법적으로 끊기 위해 변호사까지 대동한다. 본능적으로 두렵긴 한데 도저히 더 이상 부모라는 인간들이 내 인생 아작 내는 걸 견딜 수가 없다.
4. 아들.
초6 또는 중1 시기. 뭐 모두의 생존을 위해 모두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나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친구를 통해 총을 구했다. 진짜 총, 진짜 총알. 마약 갱단과 총을 들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엄마는 쏴도 된다고 신호를 보냈다. 동물은 죽여봤지. 뭐라도 죽여야 기분이 나아질 거 같으니까. 사냥에 재능 있다고 동네 할아버지들에게 칭찬받았다. 아빠의 범죄와 엄마의 잘못, 가족이 처한 상황과 나의 고립을 직시하고 있다. 이익 다툼에 얽혀 잡혀서 경고로 머리를 밀리기도 했다. 죽음에 대한 경고. 동네 할아버지 중 한 명이 죽었을 때 하늘이 무너졌다. 내 이야길 들어주고 동시에 들어줄 만 이야길 말해주던, 유일한 친구가 사라졌으니까.
넷플릭스 범죄 스릴러 오자크는 극단의 상황에서 끊임없이 생존법을 모색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의 주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심지어 이 가족이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단순히 운 없는 선량한 소시민이 아니다. 국가 경제를 교란시키고 국제 범죄에 직접 가담하며 살인을 방조하고 지시하며 윤리적 사회적으로 타락해버린, 이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악행에 참여한 새로운 형태의 범죄 조직이다. 이들은 타자들의 죽음을 통해 생존의 기회를 획득한다. 더 악랄해지고 간교하며 탐욕한 선택을 통해 더 극악한 범죄 집단으로 진화한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었다면서 장전된 총구 앞에서 항변할 수 있겠지만, 수렁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상대의 숨통을 끊고 이 과정에서 파생하는 성취감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지 않을 기회는 있었다. 완전한 자멸을 피하기 위해 주변을 모조리 파멸시키며 지옥에 최적화된 악마들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