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쓰레기

기아자동차 매거진. 2012년 6월

by 백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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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Vive Barranquilla Limpia의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 캠페인

휴지는 휴지통에


손을 떠난 쓰레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수거되어 소각되거나 재활용되기도 합니다. 아주 드문 경우 창작욕구를 자극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팀 노블과 수 웹스터(tim noble & sue webster) 같은 예술가에 의해 정크아트(Junk Art)로 재탄생되거나,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한 장면처럼 10대 소년의 내레이션과 함께 캠코더에 담겨 영상예술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건 매우 드문 경우, 대부분의 쓰레기들은 다양한 이유로 본래 역할을 상실했거나 소유자 취향의 변화로 인해 그저 버려지고 맙니다.


버려진 것들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냉소적입니다. 제 곁에서 아무리 오랜 시간 머문 것들이더라도 쓰레기는 ‘쓰레기’라는 그 어감부터 인간의 손길에서 거리를 두게 됩니다. 곳곳에 수많은 쓰레기통이 비치되어 있지만 다양한 루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는 쓰레기통을 벗어나 곳곳에 쌓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환경미화원들이 아무리 증원되어도 구석구석의 쓰레기를 처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처리’되지 못한 쓰레기들은 거리를 더럽히고 병균을 옮기며 구성원들 사이 논란을 일으키는 등 사회문제의 단골 메뉴로 돌변합니다.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고 다양한 공익캠페인을 벌이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콜롬비아 공익단체 Vive Barranquilla Limpia에서 진행한 광고 캠페인은 찌그러진 페트병, 뒤집어진 플라스틱 컵, 쪼개져 나뒹구는 과일을 보여줍니다. 누가 봐도 쓰레기임을 알 수 있는 이 쓰레기들은 도시와 관광지, 경기장을 가릴 만큼 거대하게 확대되어 보입니다. 불편할 정도로 직접적이고 굳이 저토록 과장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시적이기까지 합니다. 하단의 카피는 말합니다, ‘작은 쓰레기란 없습니다, 휴지통에 버려주세요.’ 나 하나쯤은 이라는 생각으로 은근슬쩍 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테이크아웃 커피 컵을 버리는 이들의 시선과 양심을 콕콕 찌릅니다. 우리나라에도 동일한 의미를 담은 비슷한 공익캠페인 메시지가 있습니다. ‘휴지는 휴지통에.’


Vive Barranquilla Limpia의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 캠페인은 구태의연한 공익캠페인으로 보일 수 있지만, 불편한 강조를 통해 현실적인 지점을 공략합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리의 쓰레기를 방치하는 순간, 쓰레기의 거리로 주객이 전도될 수 있음을, 발에 차이던 쓰레기를 소홀히 하는 순간 눈을 가리는 거대한 흉물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광고는 보는 이들에게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수고까지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저 당신이 손에 쥐고 있던 그 작은 조각을 지정된 곳에 놓아달라는 부탁을 아주 쉽고 명확한 방식을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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