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열 감독. 뷰티 인사이드
이수(한효주)의 꿈은 아니었을까. 아니
이수의 병은 아니었을까.
뷰티 인사이드를 보면서
어쩌면 이수의 정신 장애를
하나의 영혼 다수의 얼굴을 지닌 남자를
만나는 모습으로 표현한 건 아니었을까
영화가 처음부터 그런 비밀을 끝내 밝히지 않고
그저 한 명과의 키스를 수십 명과의 키스처럼
예쁘고 아름답게 표현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내가
뷰티 인사이드라는 판타지 멜로를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못생긴 사람과도 사랑에 빠져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수는 무의식 속에 그리던 미남을 몇 명 꺼내어
자신의 의식 속에 편입시키고
매일 만나는 일상적인 외모의 사람들을 주변부에 배치시켜
외모지상주의를 지지하는 자신의 죄책감을 씻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그런 다수의 남자 대 자신 한 명이라는 구도 아래
자신의 감정과 외모를 쟁취한 이는
결국 미남의 세계에서 온 이들임을
그런 상상 속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채
텅 빈 의자를 만들고
아무도 사지 않는 책상의 정보를 암기하고
홀로 음악감상실에 다니며
혼자만의 로맨스를 즐겼던 것은 아닐까
이것은 마치 인셉션에서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아내(마리온 꼬띠아르)가 겪던 증세와
비슷하여 자신의 의지대로 설정할 수 있지만
중독될 경우 인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것,
뷰티 인사이드는 어쩌면
이수의 인사이드를 그린 영화였고
인사이드에서 자신만의 뷰티를 가둬둔 채
헤어 나오지 않는 이수와
그런 이수와 같은 이들을
저격하는 영화는 아니었을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수가 과거의 우진과 만나지 못하게 된 후
‘새로운’ 우진들(천우희, 우에노 주리)과
처음 소통하는 장면에서도
자신과 같은 성별, 즉 자신을 만난 건 아니었을까
경고 같은 것,
정신 차려,
지난 이틀 동안 만난 남자는
세상에 없어.
하지만 이수는 무시한다.
증세가 깊어지며
판타지는 일상에 침범하고
공공에게 노출하게 된다
거기서 극적으로 등장하는
완벽한 (외모의) 남자 친구, 우진(이진욱).
시종일관 이수를 활짝 웃게 만드는
이수의 미남자들,
공공재로서 인정될만한 외모의 우진 곁에서
이수는 다소 수동적으로 보인다.
보호받고 싶은 듯.
하지만 그렇지 못한 외모의 우진에 서면
이수는 그들의 외모를 겸연쩍어하고
부적응자의 심기를 드러낸다
이것이 수십수백 차례 교차하며
이수는 자신의 허상이 만든 이 상황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이수는 자신의 미래가
우진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는 점을
끝내 끄집어내고 만 것이다
마지막. 이성의 출구였다
존재하지 않은 대상과 사랑에 빠지며
대상의 얼굴을 맘대로 바꿔가며
자유 연애주의에 대한 시선에서 해방되며
그렇게 한없이 빠져들다가
자신이 길을 잃었음을
결국 여태껏 단 한 번도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못했구나 깨닫는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고
거기서 자신이 그동안 만들었던
모든 환상과 헤어진다
모든 우진이 이수였고
우진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이수의, 인사이드에만 가득했을 뿐
이수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그렇게 다시
태초의 이수로 돌아올 것이다
텅 빈 의자를 만들며
그 의자에 앉을 누군가를
이따금 상상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