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콤한나의도시 Apr 05. 2016

이별의 온도




"비는 안 돼. 술도 안 되고 밤도 안 돼. 너무 춥거나 더운 날도, 봄이 깊거나 가을이 깊은 날도 안 돼.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날을 골라. 환한 대낮에, 사람들이 아주 많은 곳에서 만나,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는 시간. 그 정도의 시간을 들여  이별을 하는 거야. 그동안 즐거웠어. 악수를 나누고 헤어진 다음, 그날의 남은 시간을 보내는 거야. 너는 나 없이. 나는 너 없이. 뒤에 남는 사람도 먼저 가는 사람도 없어야 해. 다시 만날 수 있느냐고 묻지도 말고. "


당신의 말이 어쩐지 슬퍼서, 나는 또 웃어버렸어요.


" 그렇게 하면, 이별을 좀 더 잘 견딜 수 있나요?"


당신은 웃지도 않고, 천천히 커피를 마시는 속도로 대답했어요.


"이별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과 같아. 너무 성급하게 마시면 마음을 데고, 너무 천천히 마시면 이미 식어버린 마음에서 쓴맛이 나. 이별을 잘 견딜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어. 하지만 겁먹을 필요도 없어.

지금 네가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그 마음을 다하면, 시간이 흐른 향기는 남는 거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가질 수 없는 것들은 어차피 지나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