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빠져나왔던 바다를
누군가에게 다시 등 떠밀려
바다에 풍덩 빠져버린 것 같은 기억은
아무리 헤엄치며 발버둥 쳐도
요동치는 마음은 이내 가라앉지 않는다.
글 과 음악 같은 매체들은
시간을 담고 있다. 아니, 가지고 있다.
한 여름 소나기를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맞은 것 처럼
우산도 없는 내 맘은 아무것도 모른 채
내 동의도 없이 오고 있는 비를 맞으며
멍하니 잔인한 네 말에 젖고 있었다.
원래 사랑의 시작은 두명이 동의해야만 시작하고,
끝은 한명이 끝이라고 하면 끝난다.
그렇게 쓰다만 일기장처럼
수많은 페이지를 뒤로 한 채 단호히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