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기도문을 열세 번쯤 외우다가 뒷 문장을 고쳤다.다만 다만, 그다음을 고쳤다. 수없이 고쳤다.
한 번도 말하지 못하고 고치기만 했다.
2.
그해 여름은 깊어만 가고 습관처럼
소나기가 가끔 쏟아졌다.
매일 푹 잤지만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았다.
3.
어떤 허망한 것들과 함께 넘어갔다.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오늘을 넘어갔다.
부스러기를 조금씩 흘리며
식물처럼 어떤 계절을 붙들고 넘어갔다.
4.
감기마저 아프지 않았다.
기어이 내게서 하차 하려는 그들에게
안녕을 연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