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60대 여성입니다. (3)

내가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이유

by 떼구르르꺄르르

지금은 장성해서 모두 출가를 했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쯤이었나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이네요. 강아지를 집에서 키우자고 난리를 피우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엄마는 강아지 싫어한다. 함부로 생명을 키우는 것 아니다"라며 엄포를 놓곤 했어요.


그런데도 오빠네 집에 데려갔다가 기어코 강아지 한 마리를 받아서 집에 데려가겠다고 삼 남매가 시위를 했어요. 어쩔 수 없이 집에 데려왔지요. 이 녀석들이 그래도 나름 목욕도 시키고 안아주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이름은 "러키"랍니다. 저는 아무래도 탐탁지 않았어요.


안타깝게도 강아지는 배변훈련이 되지 않았답니다. 아무리 화장실에 데려가 보아도 방 한가운데 큰일을 보곤 했어요. 그때는 반려동물 산업이 크지도 않았고 정보도 없어서 어린 강아지 때 해야 하는 배변훈련을 성공하지 못했던 거죠. 저도 강아지를 마당에서나 키워봤지, 아파트에서 키울 때 배변훈련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결국 러키를 자기들이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치던 녀석들은 점점 러키를 감당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제가 목욕시키고, 배변 사고 친 거 뒷수습하고, 밥 주고... 이 똥개 녀석은 아무래도 아파트에서는 살기 힘들 것 같아 결국 시골로 보냈습니다.


시골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자 덩치고 커지고 속도도 빨라졌던 러키. 어느샌가 시골에서 러키가 사라졌는데

"엄마, 러키 어디 갔어요?"

라고 애들이 물어오면

"글쎄... 할아버지가 삼복더위에 팔아버리셨나...."

라고 말끝을 흐릴 수밖에요.




사실 저는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엄청 많습니다. 강아지는 저에게 트라우마예요.


국민학교 시절 엄마와 오빠, 남동생과 잠깐 같이 살았었는데 그것도 잠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가족들은 다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학업을 병행하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강아지 새끼를 쳐서 장에 팔았어요.


보송보송 강아지들은 왜 이렇게 예쁜가요. 그 눈망울들을 보면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동시에 저는 이 강아지들을 장에 내다 팔아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합니다. 보호자이자 판매자로서요.


어미와 새끼를 떨어뜨려놓아야 합니다.

새끼들은 어미와 떨어졌다고 낑낑대며 울고

어미는 새끼들을 바라보며 불안하게 전전긍긍합니다.

이내 포기한 듯 앞발을 포개 엎드려버리죠.


어미와 새끼들의 눈동자를 보면 안 됩니다. 왜냐면 저는 생활비가 필요하거든요.


혼란스럽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내 어미와 떨어진 내가

또 살아남기 위해 다른 어미와 강아지들을 떨어뜨려놓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건가요?




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제가 강아지에게 미안해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그냥 학생으로서 공부하면서, 부모님이 붙여주는 과외선생에게 개인지도도 받으며 편안하게 살 수 있었을까요?


명희가 부럽습니다. 고등학교 친구예요. 저도 명희처럼 공부하는 데에는 걱정 없이 집중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오늘도 강아지를 떨어뜨려 놓으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저 어린것들이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을까. 이 어린 나도 엄마와 떨어져 지내면서 해묵은 그리움이 딱지가 지지 않은 생채기가 되어 있는데. 낑낑대며 우는 강아지들을 나도 울면서 떨어뜨려 놓습니다.


마당에 어미와 둘이 덩그러니 남아서 어미의 눈을 봅니다. 앞발을 포개 얼굴을 올려놓고 엎드린 어미는 체념했습니다. 엄마. 엄마도 이 어미처럼 마음이 얼고 있나요? 엄마.


엄마는. 괜찮아요? *




자식 다 키워놓은 아줌마가 되어서도 여전히 강아지는 이쁩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보호벽을 칩니다. 이 이상으로는 내 마음속에 들어오지 말라고.


내가 못할 짓을 했던 강아지들과는 다르게, 내 새끼들은 내가 온 정성을 다해서 키웠습니다. 우리 엄마가 나에게 해주고 싶으셨을 만한 사랑도 세녀석들에게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우리 강아지들. 엄마랑 떨어지지 말자고. 엄마랑 행복하자고.




내 강아지 셋은 나의 사랑을 듬뿍듬뿍 주며 키웠습니다. 첫째가 반항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정도면 잘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첫째는 아니라고 합니다. 내가 잘못 키웠다고 합니다. 내가 자식에게 상처를 줬다고 합니다.


부모 자식의 연을 끊자고 합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요?

강아지를 키우지 말걸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왜? 제 사랑이 부족했나요?


자식이 부모를 밀어내는 것만큼 당황스럽고 황망한 것이 또 있을까요.


첫째에게 무엇을 잘못했나요 제가.

제가 팔아치운 강아지들에 비하면 항상 어미인 제가 옆에 있어주었는데. 우리 엄마처럼 돈 벌러 간다며 집을 비우지도, 따로 살지도 않았는데...


힘이 쭉 빠집니다.


모든 연락을 차단했습니다.


아이야. 엄마 말 좀 들어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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