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와 저녁을 먹고 왔다. 곱창을 구워 먹어서 온 몸에 냄새가 배었다. 선배는 너무나도 반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일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한점 부끄럼 없이 매사 최선을 다하며, 자신이 그러하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후배들을 신경 쓰며 자신의 발자국에 뒷사람이 어지럽히지 않도록 노력하며. 앞서 걸어간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고군분투하면서도 꿋꿋이 제약을 이겨내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가지 않은 길"은 동문 모임의 제목이기도 하다. 나는 언젠가는 "가도 되는 길"로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직까지는 "(누군가 물어본다면) 가도 된다고 말하기 고민되는 길"이지만.
선배들은 참 애정이 많다. 같이 걸어가는, 뒤따라가는 우리들은 그저 선배들 뒤통수와 발자국만 좇아갈 뿐이다. 범상치 않은 뛰어난 선배들을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토끼 놓치는 기분이 가끔 들 때는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자부심을 느낀다.
무의식적으로 길을 어지럽게 걸으면 안 된다는 압박이 있다. 요즈음은 내려놓았다. 슬기로운 내 후배들은 알아서 잘 찾아올 것이다. 내가 어떻게 매사에 똑바로 걸을 수 있을까. 때로는 비틀거릴 때도 있지. 어쨌든지 계속 걸어 나간다는 게 중요하지.
어지러이 걸어가는 후배지만 내 앞에서 거친 길을 헤쳐나가고 있는 선배 덕분에 안도한 하루다. 선배 에너지 냄새 잔뜩 배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