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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구르르꺄르르 Mar 21. 2022

알에 생긴 균열

뒤늦은 사춘기, "어? 깨지는 거였네?"

요즘 내 일상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들이 많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일탈이 몇 가지 있다. 이런 내가 이제는 귀엽다. 다 큰 성인이 이 정도 해서 혼날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아직도 어린아이에서 크지 못했다.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는 나는, 물가에서 발가락 하나만 담가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요즘은 발목 정도 담그고 있는 것 같다. 시원하다. 이렇게 시원한 거였구나.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잣대에 나를 끼워 맞추는 것을 그만해야겠다. 세상의 도덕률이라는 것은 정말 평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인가, 아니면 서로를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인가. 후자로 생각이 기운다. 도덕률이 절대적인 것이라면, 왜 세상에 그것을 어기고도 멀쩡히 숨 쉬는 사람들이 많고, 절대적으로 지키고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가?


알 속에서 알을 쪼아대고 있다. 그전까지는 이 알이 깨지면 내 세계가 사라질 것 같았다. 알을 쪼아댈 생각을 하지 못했지. 그런데 너무 답답해서 한번 쪼아봤는데, 균열이 생겼다. 갈라지는 소재였구나. 갈라진다는 것은 곧 외부가 있다는 것. 


발한번 담그고, 부리로 몇 번 쪼아댔다고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달라진 기분이다. 아이에서 사람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한 발짝만 나가면 위험이 가득한 세계라는 공포에서 벗어나고 있다. 내딛어도 사실 아무 일이 없다. 좁디좁은 내 세계를 넓히고 싶다. 그리고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보고 싶다. 


방법에 대해서도 조금은 찾았다. 내가 조금 비껴간다고 해서,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순간에 사라진다 해도? 아무 감흥이 없다. 왜 감흥이 없지? 내 정서에 문제가 있는 건가? 아직 알 속에 있기 때문에 잃는 것을 모르기 때문일까?


항상 정직하고 성실해야 한다는 멍청함을 벗어버린다. 그러지 않아도 큰 일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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