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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구르르꺄르르 May 09. 2022

왜 사람들은 퇴사를 종용할까?

사실 나도 잘하고 싶어 : 월급 전날의 자아성찰

브런치 추천 글들을 브라우징 하다 보면 퇴사 썰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같은 맥락으로 가끔 이혼 썰도 올라온다. 제목들을 볼 때마다 동공이 고정되고 엄지가 뇌보다 빨리 움직인다. 클릭해본다.


그렇지만 끝까지 읽게 되는 글은 없다. 왜냐하면 엄지의 속도보다 조금 느려서 그렇지 따라오는 생각들이 있다. 퇴사한 사람들은 나와 다르다. 내가 퇴사하면 그렇게 아름답지 않을 것이다. 퇴사해서 쓰고 싶은 글 쓰며 사는 것, 낭만적이게 보이지만 내 조회수들을 떠올리면 이내 생각을 접게 된다.


왜 사람들은 퇴사한 이야기를 하기 좋아할까? 특히 브런치에서? 그리고 나는 왜 모두 일일이 클릭해보는 건가.


그만큼 퇴사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고 퇴사에 정답이 있을까 기대하는 심리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도 퇴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사 부정적인 나에게조차 지쳐서 "한번 해보자"와, 다시 조직에 대한 실망이 열두 번도 더 교차하는 하루를 보냈다. 이 고통을 끝내는 방법은 여기서 도망치는 것밖에.


나야말로 정말 퇴사하면 안 되는 사람이다. 이렇게 회피하고자 퇴사해봤자 비슷한 일로 또 좌절할 테니까. 난 세상에서 대체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놀랍게도 이어지는 자기부정.


하기 싫은 일이지만 억지로라도 꾸역꾸역 하는 시늉이라도 해보았다. 나도 의욕 넘치는 사람들처럼 동기부여의 원천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정도는 해야"라는 생각을 동기로 일하고 있겠지만, 나는 그 정도가 힘들다. "이 정도"를 하기 위해 스스로를 더 작게 하고 싶지가 않다.


"이 정도"는 과연 어느 정도 일까.


나도 "이 정도"는 거뜬히 해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하는 일마다 작은 성취감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나도 사실 잘하고 싶다. 잘하면 얼마나 삶이 재밌겠어.




내일은 월급날이다. 내 푸념은 이 정도로 해두고 긍정적인 자기 최면과 기만을 통해서 회사생활이 조금이라도 편해진다면 좋겠다. 안절부절못하는 내가 내일은 조금 더 안정적이기를.


나에게 말한다.


"이 정도"는 사실 이룰 수 없는 높은 목표라고. 항상 다다를 수 없는 선이고 나는 또 실망하게 될 거니까 아등바등하되 너무 허무해지지는 말라고. 다만 아등바등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더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스스로를 잠들지 않게 계속 깨워가며 일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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