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가 네게도 메시지를 보냈어?’
머릿속에 누군가가 시끄럽게 종을 울려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무슨 말이지?
‘그게 무슨 소리야? 성호가 왜?’
‘내가 본 식으로 봤다며. 이 사진은 성호가 보내준 거야.’
머릿속은 이미 정지된 듯 버벅거렸지만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성호가 이 사진을 왜 보내? 언제? 성호 살아있어?’
‘성호가 보낸 게 아닌가 보군.’
‘성호 살아있냐고, 그리고 성호가 왜 이 사진을 보내?’
‘성호는 죽었고, 죽기 전에 내게 사진을 보냈어.’
‘성호가 이 사진이 우리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리가 없잖아? 내가 쓴 소설을 성호에게 보여주지 않겠다고 했잖아? 설마 너 보여줬어?’
‘… 보여줬어.’
미친놈. 보여주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 가슴이 쿵쾅거리고 현기증이 났다. 나는 등을 벽에 기대고 쪼그려 앉았다.
‘언제 보여줬는데?’
‘그게 좀 됐어.’
‘언젠데?’
‘네가 소설을 내게 주고 나서 몇 달쯤 지나서?’
‘야!’
‘미안해. 네가 성호는 보여주지 말라고 했는데… 꽤 재미있어서 나 혼자 읽기에는 너무 아깝더라고. 그래서 읽어보라고 녀석에게도 보여줬어.’
‘대체 넌…!’
‘성호도 재미있다고 그랬어. 낄낄대고 웃으며 읽었다고. 네게 감상을 전해주고 싶어 했는데 화낼까 봐 못 전했어. 어쨌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면 뭐가 중요한데? 소설처럼 성호가 죽었잖아. 그리고 죽기 전에 소설 속에나 존재할 수 있을 사진을 네게 보냈다며!’
‘음.. 그렇네. 하여튼 미안하다. 그런데 이 사진은 대체 뭘까?’
‘애초에 니 녀석에게 전화를 했던 것도 이 사진 때문이었어.’
‘그래, 그럴 것 같았어. 출장을 다녀오느라 네게 전화가 왔다는 것을 늦게서야 확인했어. 변명을 하자면 휴대폰이 두 개인데 네가 건 번호의 휴대폰은 집에 두고 가는 바람에. 한국에 돌아와 네게서 전화가 왔다는 것을 확인한 직후에 성호 녀석이 이 사진을 문자로 보냈어.’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벽에 몸을 기댄 채 잠시 앉아 있었다. 성호가 소설을 봤을 리 없다고 생각했을 때와 상황이 달라진 게 맞는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 사진을 봤다 한들 달라질 게 있을 리 없다는 생각 아니었나? 그래서 재석이 녀석에게 연락하는 것도 포기한 것이었고, 여하튼 소설이든 사진이든 성호 녀석이 죽은 것과 상관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인간의 사고라는 것이 그렇게 합리적이던가? 삶에 염증을 느끼던 성호 녀석이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에서 자신을 모델로 한 인물이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에 대해 문득 기억을 떠올렸다면? 때마침 마치 그 소설이 현실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게 만드는 사진을 보기라도 했다면? 그것이 녀석의 죽음에 방아쇠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네게는 정말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소설을 읽은 건 벌써 십 년 도 더 지난 일이야. 네 소설이 성호 녀석의 죽음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지났어.’
‘… 녀석이 뭐라고 하면서 사진을 보냈어?’
‘그게….’
‘뭔데? 왜 말을 못 해?’
‘뭐라고 했느냐면 ‘난 이게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해’라고 보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