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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별하 Jul 23. 2021

쫄병스낵

한달 전 쯤이였으려나, 울산역 편의점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이였다. 카운터에 멍하니 앉아 진열대를 쭉 둘러보면 한눈에 들어올 정도의 그리 크지 않았던 편의점.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괜스레 아침부터 마음이 싱숭생숭 했었다.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생각하고 시작한 아르바이트 였는데, 결국 감당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내가 한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한 그런. 그러다 문득, 쫄병스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 유복하지는 않았던 우리집, 어릴 적의 나는 항상 친구들과 있을 때면 돈이 없는 편에 속했다. 그래서 였을까, 군것질 특히 과자 같은 건 잘 사먹지 않았다. 그래도 가끔씩은 과자들 특유의 자극적인 맛이 생각나 슈퍼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그 중에서도 쫄병스낵을 사먹는 날이면 하나씩 하나씩 입에 넣고 아주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한 개의 물이 다 빠지고 싱거워질 때 쯤에서야 나는 과자를 씹어 삼켰고, 그렇게 먹으면 한 봉지에 20개 남짓한 과자를 약 2시간 정도 티비를 보며 먹을 수 있었다.

이제는 대학생이 되어서 용돈도 그때보다 많이 받고 내가 돈을 벌기도 하고 씀씀이도 커져서 쫄병스낵 같은 거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도 열봉지씩 사먹을 수 있는데, 문득 그 시절의 내가 먹던 쫄병스낵 생각이 났다. 옛 생각에 결국 한 봉지를 사서 기숙사 가서 옛날처럼 천천히 먹어야지란 생각으로 주머니에 찔러넣고 퇴근을 했다. 글쎄, 막상 퇴근을 하고 보니 그 날은 그렇게 먹고 싶지 않아서 우선 잤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봉지를 뜯어 하나를 입에 넣고 1분 정도 지났으려나. 내가 왜 이걸 이렇게 먹고 있지란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웃기더라. 피식 웃고는 씹어 삼켰다. 맛있었다. 입에 하도 오래 있어서 눅눅해 지지도 않고 양념 맛이 다 빠지지도 않은 그 쫄병스낵은.
글쎄, 이렇게 또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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