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마감을 하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9시가 넘어서 주문마감했는데 다가오는 남자 두명.
나 "저희 오늘 마감..."
남자1 "아 저희 그 발명대회 사람들인데 혹시 출입증 놔두고 와서 잠시만 빌릴 수 있을까요?"
남자2 "5분 정도 걸릴거에요."
나 "네? 아...네. 잠시만요."
카드목걸이에 들어있던 체크카드만 빼고 통째로 건네줬다.
그 둘을 보내고 기다리는 동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번호라도 받았어야 했나? 갖고있는 물건 같은거라도 담보로 잡아놨어야 했나? 그냥 그거 주고 안 올수도 있잖아. 내가 뭐라도 두고가라고 했으면 기분 나빠했을까? 아니야 오겠지?
출입문이 열리는 삑- 소리가 날때마다 신경이 그쪽으로 간다. 설거지에 집중이 안된다.
난 분명 호의를 베푼건데 왜 내가 불안해 해야하지? 언제 올까? 아직 3분 밖에 안지났으니까 곧 올거야.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내 신뢰는 꽤나 높은 편이다. 꼭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에이 설마 그러겠어? 일부러 그런건 아니겠지. 내가 타인에게 조건 없이 줄 수 있는 신뢰는 어디까지일까.
그럼 반대로 나는? 나는 남들에게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으로 보여질까. 아니 애시당초 믿을만한 사람이기는 할까?
또 한번의 삑- 소리.
남자1 "감사합니다. 잘 썼습니다."
나 "네~ 안녕히 가세요~"
남자2 "수고하세요~"
내가 선뜻 베푼 호의가 무참히 짓밟히는 일이 없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낯선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경계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더 이상 착한 사람들이 상처 받지 않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부터 호의를 베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