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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별하 Aug 23. 2021

[그날 죽을걸 그랬나?]#12.[가난]태권도장-체육대회


내가 다니던 체육관에서 언제 한번은 학부모들을 모두 모아놓고 승급심사 겸 품새시범, 격파시범 등을 보여주며 체육대회처럼 진행되는 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오빠와 나는 둘다 운동신경이 좋아서 태권도도 곧잘 하고 성격이 좋아서 다른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지냈다.



어쨌든 체육대회날 모든 순서가 끝나고 지난 1년을 결산하면서 관원들 중에 우수 관원을 시상하는 시상식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장려상부터 차례로 이름이 불리기 시작했고 우수상까지 불렀는데도 우리 둘다 한명도 상을 받지 못했을 때 엄마는 우리 애들은 학원비가 밀려서(당시 10개월치 정도 밀려있었다) 상을 안주나보다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자책을 하고 계셨었다.


다행히 최우수상에서 오빠가 호명되면서 엄마는 활짝 웃으셨고 기분탓인지는 몰라도 약간의 눈물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 다음 년도 결산에서는 내가 우수상을 받았고 엄마는 그때 그런 걱정을 했었다는 사실을 몇년이 지나서야 나한테 털어놓았었다.


학원비도 14개월이 밀리고 태권도비도 10개월이나 밀렸으니,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참 그때 그랬음에도 군말없이 학원을 다니게 해준 학원원장님과, 태권도장 관장님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혹시나 나도 나중에 돈을 받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사업을 하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껏 베풀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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