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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의 변신

by 즐란

노랗게 익어가는 들깨밭을 지날 때마다 고소한 들깨향이 진동을 한다.


들깨가 익어갈 때면 수확하기 전에 꼭 해 먹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들깨 꽃대튀김과 늙은 깻잎무침이다.

들깨 꽃대를 따서 밀가루를 입히고 튀김가루에 풍덩 빠뜨려 튀겨먹는다.

꽃대속에 알알이 박힌 들깨가 토도도톡 터지며 너무너무 고소하다.

이 귀한 들깨꽃대튀김은 이 시기에 농사짓는 사람만 먹어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맛이다.

또 노랗게 단풍 들기 전 깻잎은 약간 질기므로 따서 소금물에 보름정도 삭힌다. 끓는 물에 삭힌 깻잎을 살짝 한번 데친 다음 묽은 양념장으로 깻잎 사이사이 켜켜이 넣어서 갓

지은 흰쌀밥에 한 장씩 올려먹으면 아주 기가 막히다.


다 익은 들깨를 하나씩 밸 때마다

차르르르 차르르르 찰찰찰찰~

수다스러운 소리에 귀가 간질간질하다

파란 천막을 깔아놓고 들깨 밑동을 하나씩 베어 천막 위에 가지런히 눕혀놓고 몇 날 며칠을 가을 햇빛에 바짝 말린 다음 타작을 한다.


다 마른 들깨알은 방앗간에 들고가서 들깨가루와 노란 들기름을 만들어와선 겨울 내내 시래깃국에 들깨가루를 넣어 진하고 걸쭉하게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을 느끼게 할 것이고 들기름은 나물 무칠 때마다 한 방울씩 넣어 무쳐 먹으면 감칠맛을 북돋울 것이다.

그러고도 남은 들깨는 뭘 할까?

고민하다가 들깨강정을 만들었다.


1. 땅콩은 볶아서 껍질을 벗겨놓고

2. 들깨도 살짝 볶아서 땅콩과 섞어놓는다.

3. 물엿이랑 설탕을 조금 넣고 끓여서 모두

한데 섞는다.

4. 굳기 전에 얼른 큰 쟁반에 부어놓고 밀대로

밀어야 하는데 밀대가 없으니 일회용 장갑을

끼고 올리브유를 살짝 바른 다음 손으로

누르며 민다.

5. 식기 전에 칼로 큰 조각을 잘라서 표시해 두고

냉장고에서 하루를 굳힌다.

하루 뒤 꺼내어서 단단하게 굳은 큰 조각들을

가위로 먹기 좋게 잘랐더니 제법 훌륭한

들깨강정이 되었네.


음~ 맛도 기가 막혀요!

오메가 3 듬뿍 먹는 고소한 이 맛.

모양이 약간 울퉁불퉁 삐뚤빼뚤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을 맛이다.

늦가을 들깨향으로 입맛이 호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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