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겹 한 겹 세월 묻은 배추

by 즐란



비실비실 볼품없던 세 잎사귀 배추 모종이

내 얼굴만큼 커졌다

역시 너의 힘은 대단하다

이게 대체 몇 겹이야

하나 둘 셋 넷

초록빛 잎사귀에 숨바꼭질하듯

둘러싸인 노란색 속살

이런

꼬물꼬물 애벌레가 나 찾아봐라 하고

숨어있는 여린 속살을 사각사각 먹어댄다

내 눈에 뜨인 이상 얼른 집어낸다

토실토실 살찐 짧은 다리가

마구마구 앙탈 부린다


배추를 사 먹으면 되지

왜 저리 고생을 할까

내가 젊었을 땐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 날

내가 텃밭을 가꾸고 있다

얼굴엔 기미와 주근깨가 시커멓고

금방 딴 고추가 맛있다며

와사삭 와사삭 씹어댄다

내 것이 최고라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면서

세월이 이렇게 지나갈 줄 정말 몰랐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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