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자매가 경주 여행길에 올랐다.
1년에 한 번 뭉치는 날이다.
별 스케줄없이 우리는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는 편이라 주로 쉬고 먹고 이야기하는 게 전부이다.
유명하다는 황리단길을 들렀다가 줄줄이 들어서 있는 흑백 사진관을 보고 홀린 듯이 들어갔다.
사장님은 아주 능수능란한 솜씨로 우리를 이끈다.
그들의 매뉴얼대로 서고 앉고 이리보고 저리보고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아주 멋진 흑백 사진이 나온다.
사진 속의 우리들은 이미 늙은 아지매의 모습이지만 화려하고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이 판을 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분명 어린 시절을 스치듯이 보고는 모두 잠시 눈가가 붉어지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고야 만다.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사진 이야기만 하는 걸 보니 모두에게 한 방의 추억 거리가 되었나보다.
집에 있을 남편에게는 2박 3일 동안 먹을 밑반찬과 된장찌개 끓이는 방법을 알려주고 왔으니 아마 먹는 것은 지장이 없게 지낼 테지만 남편의 입막음용 선물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여자형제가 많아서 여행도 다니고 서로 위로하며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같은 편이 되어주는 모습들을 보며 우리 딸은 부러워한다.
그래서 나는 며느리와 딸이 자매처럼 친해지길 바란다.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고 며느리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럼 존중하는 언니, 동생이라도 되어주길 바란다.
서로 품고 있는 사연 하나쯤은 너그럽게 들어줄 수 있는 언니 동생~
내가 죽고 없어도 서로 외로워하며 부비댈 수 있는 언니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