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동네 밖으로

by 꾸꾸

‘아들, 잘 갈 수 있지~?’

책가방을 메어주시며 엄마가 걱정 반, 믿음 반 또렷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물으셨다.

“네, 잘 다녀올게요!!”

“그래~ 끝나고 바로 집으로 오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네!”


안락한 나만의 공간을 나와 처음으로 혼자 가장 먼 ‘학교’라는 곳에 가는 날이다.
그동안 몇 번 엄마와 같이 다녀봤고, 누나가 2년 먼저 학교를 가서 꽤 익숙한 길이지만 혼자서는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었다.


집을 나와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우리 동네 중심지인 뒷구지 슈퍼가 보였다.
짧은 거리이지만 이 내리막길에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잠깐 생각을 멈추고 다시 학교 가는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혼자 사시는 홍 씨 아저씨네, 늘 신문 거절을 대문에 붙여놓아도 아침마다 신문이 쌓이는 아랫집,
항상 싸움소리가 끊이질 않는 슈퍼 옆 파란 지붕 아저씨네 집을 지나면 창민이네 집이었다.

창민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누나가 있었는데, 우리 누나와도 친구여서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같이 놀고 부모님도 친해 보였다.
하지만 창민이는 나와 같이 대곡초등학교를 가지 않았다. 집은 뒷구지에 있으면서 학교는 다른 동네로 다닌다고 했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 누나 친구 정식이 형네를 지나면 드디어 내가 알고 있는 우리 동네의 경계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혼자서는 처음 나가보는 곳이다.
아직 우리 동네 절반도 안 지났지만, 이 앞은 내가 전혀 모르는 새로운 세상이다.
차라리 뒷쪽이 학교였다면 좀 더 내 세상이 더 많았을 텐데, 하필이면 반대쪽이라 내 세상은 벌써 끝나버렸다.


우리 집은 우리 동네에서도 조금 높은 언덕 중간쯤에 자리 잡고 있었고, 학교를 가려면 언덕을 내려와 동네 중심지를 지나 마을 버스정류장을 따라 올라가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큰 건물, 아니, 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건물 내곡교회를 지나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이 프로도를 죽이기 위해 데려갔던 키리스 웅골 같은 좁고 높은 계단을 끝없이 올라가야만 했다.
시멘트로 대충 덕지덕지 만들어낸 계단들이 삐뚤빼뚤 계단 형태만 띠고 있었고, 봄이라 새싹들이 올라오고 있어 계단인지 숲인지 겨우 구분이 될 정도였다.

대곡초등학교는 영주산에 지어져 있었는데, 가는 길에 지나치는 무덤만 서너 개였다.


마을을 지나 20분 정도 걸으면 그 높은 언덕과 계단을 오르고서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작 20분이었지만, 나에게는 마을에서 바라보는 학교가 모르도르의 운명의 산만큼이나 멀게만 느껴졌다.

'이제부터 혼자서 처음 가는 길이니까, 잘 가보자!'

무서움을 떨쳐버리려고 혼잣말을 되새기며 오른손에 신발주머니를 휙휙 돌리며 씩씩하게 걸어갔다.


마을을 지나 드디어 외곽으로 나왔다.
외곽이라고 해봤자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개의 동네들 중 하나인 우리 동네 경계선까지 나온 것뿐이었지만, 나는 알게 모르게 해방감을 느꼈다.

우리 동네 안까지 들어오는 유일한 마을버스 한 대는 1시간에 한 대씩 있었고, 학교 가는 길목 마을회관 앞에 정차했다. 마을버스는 밖에서 마을회관으로 들어와 안쪽으로 들어가,
다시 내곡교회를 넘어 내곡1동으로 넘어갔다. 우리 동네는 내곡 2동이었고, 사람들이 대부분 ‘뒷구지’로 불렀다.


그렇게 마을버스 길을 따라 내곡교회로 오르기 시작했다.
교회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에는 바다에서나 볼 법한 둥글둥글한 큰 돌들로 담장을 높게 쌓아놓은 커다란 집이 있었다. 멀리서 봐도 커 보였는데 항상 옆을 지날 때마다 으리으리해서 ‘도대체 이런 데는 누가 살까?’ 하고 늘 궁금했다. 으리으리한 돌담집을 지나 내곡교회를 오르면 드디어 학교로 이어지는 돌계단을 올라야 했다.

경사도 경사지만, 산턱 중간에 만들어놓은 임시 계단이라 통로도 비좁고 끝이 보이지 않아서 무섭고 두려웠다. 막상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교회 앞에서 잠깐 쉬었다 가기로 했다.

교회는 누가 언제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크고 높았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하느님이 내려와서 지어주셨나...? 싶을 정도로 멋졌고, 여기 계신 목사님과 아들도 키가 크고 잘생겼었다.


마을버스 길을 따라 교회를 지나면 내곡1동인데, 여기가 언덕이라 내곡1동이 훤하게 내려다보였다.
저 뒤는 정말로 단 한 번도 가보지도 않았고, 아는 사람은 전혀 없었기에 눈으로만 보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아차’ 싶은 생각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깎아지른듯한 돌계단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