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대답은 없을까
“나는 다 괜찮아”
그 대답은 말문을 턱 막히게 만들곤 했다. 괜찮다는데 무슨 할 말이 더 있을까. 그러면 선택과 결정의 몫은 다시 돌아온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나름 하나를 정해 조심스레 물어본다.
“그래. 그러자.”
마음 한편에서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다. 어렵게 정한 그 무언가를 하거나, 먹거나 하는 그 순간 내내 나도 모르게 눈치를 살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어땠는지 다시 묻는다.
“괜찮았어.”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걸까. 좋았다는 걸까. 좋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싫지도 않았다는 걸까.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애써 고른 정성을 보아서라도 굳이 티를 내지는 않고 싶다는 걸까. 아니면 싫다는 말의 완곡한 표현일까. 혼자 수수께끼에 빠진다. 그렇다고 곧바로 재차 물어보자니 뭔가 이상하게 보일까 그만둔다.
차라리 괜찮지 않다고 하면, 그건 싫다는 뜻이니까, 미련 없이 다른 걸 떠올려볼 텐데. 괜찮다는 말은 좋다는 뜻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괜스레 미련이 남는다.
그런 대답은 사실 이기적인 거야. 그 질문을 하기까지의 고민과 용기는 보이지 않는 거겠지. 매번 무언가를 골라 물어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 애써 고른 그게 마음에 든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내색을 할 정도 조차의 여유도 없었어. 다 괜찮다는 말 뒤에 숨어버린 거야.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말을 삼킨다. 대신, 시간이 충분히 흐르고 정말 괜찮았는지 다시 묻는다.
“나는 정말 다 괜찮아서 괜찮다고 한 거야.”
괜찮다는 말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그 사람이 밉다. 사전에 ‘괜찮다’를 검색해 본다. ‘별로 나쁘지 않고 보통 이상이다’. ‘탈이나 문제, 걱정이 되거나 꺼릴 것이 없다’. 만약 이런 뜻의 ‘괜찮다’라면, 내가 기대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그 대답을 듣는 나는 사실 괜찮지 않았어.
다음번에는 부디 “다 괜찮아”가 아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