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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 Jan 26. 2024

아들이 대신 써주는 엄마의 인생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엄마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 #3



3. 작은 설비회사를 차렸다.


그 사람 전공인 설비공사도 하고 철물점을 할 수 있는 가게를 얻어 이사를 했다.     


처음엔 둘이서 시작했다. 


나는 철물점 경리보고 그사람은 현장에 나가 일을 했고, 수주받아오면 나는 견적을 뽑아주고 계약체결 후 공사를 했다.     


해운대에서 내노라는 큰 건물 배관공사도 했다.     


점점 발전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2년 반만에 해운대 80평 주택도 샀다.     


하지만 일은 많고 일할 사람은 없고 그러니 가게 문닫고 내가 따라다니며 뒷모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의 별난 성격에 직원들도 사흘이 멀다하고 그만두니 내가 항상 빈자리를 메꿨다.     


낮에 다 못하면 밤을 세워가며 일을 했다.     


한번씩 마음에 안들면 앞으로 사무실 나오지 말라고 윽박질러놓고는, 사무실에서 일을 안하니 생활비도 못준다며 니가 나가서 벌어오라 했다.     


그리곤 경리를 한사람 구하고 나는 가내 공업에 다니면서 (헌옷 골라서 수출하는 곳) 생활비를 벌어다 쓰고 남는 돈으로 우리 아이들 갖고싶은 것 사주면서 살림을 살았다.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생활비 쓰고 남은 돈으로 쇼파하나 없던 집에 쇼파도 사 넣었다.     


아이들도 만족해 하고,     


아침 8시 출근 5시 퇴근이니 학교갈 때 올 때 모두 볼 수 있으니 행복해했다.     


모두가 행복해야 하는데 아빠만 집에 들어오면 싸늘한 공기가 감돌고 서로 말이 없어졌다.     


5개월이 지나고 나니 다시 사무실로 나오라 했다.     


다시는 간섭말고 아무말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하는 수 없이 다시 나가게 되었다.     


다니던 직장에선 함께 일 더 하자고 붙잡았지만 집안일이 우선이니 사무실에 다시 나가서 악착같이 일을 했다.     


약속과는 달리 또 싸우고 두들겨 맞으면서 왼쪽귀 고막이 터쳤다.     


그때 후유증으로 고막수술을 받았지만 나는 지금도 난청으로 고생하고 있다.     


의처증이 있어서 출장만 갔다오면 온 집안을 헤집고 다녔다.     


지 새끼가 둘인데 숨겨둔 남자 찾는다며...

     

어느날 제주도 출장갔다 돌아와 남자 숨겨놨다고 칼을 들고 집안을 뒤지면서 협박을 했다.     


그 새끼 안나오면 너가 죽을거라고... 그리곤 나를 칼로 찔렀다.     


피가 한강같이 흘러 내리는 것을 보면서도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잔인한 남자였다.     


아..이제 죽는 구나..죽음이 따로 있는게 아니구나..     


쓰러져 피 흘리는 내가 궁금했는지 다시 들어와 일반 개인병원에 나를 데려다 놓고 가버렸다.     


병원 원장님이 


'아주머니 여기서는 안됩니다.'


큰 병원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잘못될 수 있다며 택시를 잡고는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해주신다.     


뭐하는 사람이냐고.     


그래서 동래에 큰 병원으로 보내주셨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동맥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며 수술은 잘 되었다고 했다.     


그때도 울엄마가 그렇게 반대한 결혼을 왜 했나하는 자책과 후회가 들었다.     


뭐가 그리 좋았을 까.     


하지만 그때는 너무 무서웠다.     


엄마 아버지 살고 있는 집을 쑥대밭 만든다는 협박에 나는 무너졌던 것 같다.     


그때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수십년 지난 얘긴데도.     


그래서 지금 젊은이들을 보면 엄마가 반대하는 결혼은 절대 하지말라고 조언한다.     


세월의 경륜으로 세상을 미리 알려준다고.     


그 사람은 수술 후 하루만에 퇴원하자고 했다.     


이 사람 정말 너무 했다...몸도 제대로 못가누는 나를...     


하지만 퇴원했다.      


내 자신이 너무 힘들어 집에 누워있을 수 없었다.     


택시를 타고 해운정사로 향했다.     


법당앞에 억지로 들어서니 두 눈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억지로 반배 절을 하고 큰 스님을 만났다.     


스님 제가 한 사람을 너무 미워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니     


미워하는 너의 마음을 한번 살펴보라 하셨다.     


아무곳에도 내가 마음 터 놓고 얘기할 사람이 없구나     


그리곤 다시 집으로 내려왔다.     


그 뒷날도 그 뒷날도     


해운정사를 찾아가 부처님 앞에서 울고 울고 울다 내려오곤 했다.     


그런데 기적인가 전혀 한쪽다리를 쓸 수가 없었는데     


첫날에는 반배, 다음날에는 1배, 다음날에는 2배, 3배 하면서     


부처님 감사합니다. 


저를 가엽이 여겨 이렇게 빠른 회복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기도를 했다.


저 멀리 해운대 바닷가 잔잔한 은빛 물결을 바라보는데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이 왜 그리도 시원하게 나의 얼굴을 간지럽혀 주는지...     


코 끝에 스치는 바람이 내 등을 또 떠미는 것만 같았다.


그냥 더 열심히 살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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