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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Nov 18. 2018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우리가 가는 모든 길이 우리이다.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 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PS

제가 좋아하는 인물 중 한 분인 ‘유시민’ 선생님이 과거 청문회에서 말씀하신 시입니다.

지나간 길을 되돌아보되 후회가 아닌 반성을 하고,

서툴고 부족하더라고 스스로 지침을 세우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길을 가야한다는 생각을 만들어준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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