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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Dec 09. 2023

어쩌다 보니 동유럽 #4

독일 : 프랑크 푸르트 - 인생그림

새벽부터 프랑크 푸르트 대학교를 구경한 뒤, 도시의 다른 곳을 구경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습니다. 네이버에 '프랑크푸르트 관광지'를 검색해 보니 두 군데 나왔습니다. 슈테델 미술관과 클라인마르크트 할레였습니다. 할레 시장은 오후에 가기로 하고, 오전에는 오랜만에 머릿속에 교양 좀 채워 넣을 요량으로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슈테델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초겨울 날씨로 약간 쌀쌀하기는 했지만, 바람도 불지 않고 햇살도 좋아서 걷는 맛이 나는 날씨였습니다. 시원함을 느끼도 도착한 미술관은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였습니다. 약간 규모에 압도되기는 했지만, 무사히 들어간 후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들마다 미술관을 즐기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당시 저는 미술관을 즐기는 법을 몰랐습니다. 어떤 미술이 취향인지, 어떤 느낌을 좋아하는지,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등의 취향이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없다기보다는 몰랐다.라는 말이 좀 더 어울릴 거 같네요. 그래서 우선은 작품 하나씩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아래 설명이 있을 경우 번역을 해가면서 읽어보고, 다시 그림을 보고. 이런 식으로 감상을 해봤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그림을 보다가 눈이 확 가는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벌써 본 지 6년이 지났지만, 그 제목과 그림이 정확히 기억납니다. 

[Landscape with Deer at Sonset]

[Landscape with Deer at Sonset]. 노을 지는 호수를 배경으로 서있는 사슴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당시 이 작품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생명력'에 있었습니다. 저물어 가고 있는 노을의 모습과 대조되어 작품 속에 유일한 생명체인 사슴이 주는 생명력이 좀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사슴 한 마리가 아닌, 어린 사슴과 같이 있는 모습에서 좀 더 강한 생명력을 느꼈습니다. 가장 작은 개체가 주는 가장 강한 생명력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노을과 사슴의 모습도 정말 실제같아서 사진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전시관에서 이 작품 하나만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귀중한 감상 뒤로 미술관 지하에 전시된 마티스 전시회까지 알차게 미술관 투어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미술관 관람 중 작품과 별개로 인상 깊었던 게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미술관에서 토론 수업을 하는 유럽의 학생들이었습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특정 작품 앞에서 학생들 6~8명 정도가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선생님의 주도하에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듯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모습을 잘 못 보던 터라, 저도 모르게 그들의 토론 모습을 뚫어지게 보기도 했습니다. 작품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과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는 모습이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도 필요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실제로 이후 여러 미술관, 박물관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많이 보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장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슈테델 미술관을 즐기면서 비로소 미술 작품을 즐기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갔습니다. 어떤 작품이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인지, 작품의 어떤 부분이 내 시선을 훔치는지, 나는 어떤 포인트에서 그 작품에 매료되는지. 대략적이나마 스스로 작품을 보는 눈을 기를 수 있는 거 같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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