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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Jul 17. 2017

플립

다시 한번 꺼내 보는 추억


추억을 저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에 찍힌 모습을 보면, 그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사진을 찍으면서 다닐 수는 없다. 그 대신 추억이 깃든 '무언가'가를 각자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은 그 '무언가'가 다시 한 번 우리 곁으로 온다. 첫사랑에 관한 영화 [플립]이 그렇게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


이 영화를 처음으로 본 게 언젠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화 내용 중간중간 기억이 나지 않는 걸로 유추해보면 제법 오래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다행히 영화를 보면서 여러가지가 기억났다. 먼저 내가 맨 처음 이 영화를 볼 때 누구를 생각했는지가 기억났다. 줄리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당당하고, 할 말 하고, 성실했던 누군가가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 난 건 이 영화를 본 다음 나무타기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이는 몇몇 장면을 따라해보고 싶었지만, 대부분은 할 수 없는 장면들 뿐이다. 그러나 나무타기 정도는 나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서 인지 이 영화를 본 이후 동네에 큰 나무를 찾아서 가끔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물론 줄리처럼 잘 타지는 못했지만.

반면, 예전과 달라진 부분도 있다. 정확히는 달라진 부분이라기 보다는 예전에는 미쳐 보지 못했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보인건 영화의 대사였다. 그 때는 미쳐 몰랐던 대사들이 지금의 나에게 다가왔다. 가장 먼저 다가온 대사는 줄리 아버지의 대사였다.

 "항상 전체 풍경을 봐야한단다. 그림은 단지 부분들이 합쳐진 게 아니란다. 소는 그냥 소이고, 초원은 그냥 풀과 꽃이고, 나무들을 가로지르는 태양은 그냥 한줌의 빛이지만 그걸 모두 한 번에 같이 모은다면 마법이 벌어진단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내가 그토록 집착하고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조금 더 뒤로 물러나서 봐야 한다고 말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문이 든다.

 또 하나 인상깊은 대사는 첸 할아버지가 브라이스에게 하는 "정직이란 당장 불편하더라도 나중의 불편함을 줄여주는 것"라는 대사였다. 정직이라는 흔한 도덕을 우리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내 눈에는 브라이스라는 소년은 정직을 용기와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이유는 영화를 보시길)


너무 오랜만에 보는 영화여서 좋았지만 아쉬운 장면도 분명 존재했다. 예를 들면 브라이스의 아버지가 줄리네 가족을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또는 음악이야기를 할 때 브라이스의 아버지가 왜 미소를 머금지만 화를 내는지 등 좀 더 보고 싶은 장면은 분명 존재했다. 적어도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미쳐 못봤던, 아니 알아차리지 못했던 장면들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싶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소년과 소녀가 부러웠고, 안타까웠고, 좋았다. 

누군가를 신경쓰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 누군가를 위하고, 누군가 때문에 상처받는다는 건 흔하지만 

그 누군가가 한 명으로 좁혀진다면 그건 색다른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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