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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Dec 21. 2023

양곤강의 노을

02. 술레 파야와 마하 반둘라 공원 그리고 양곤 강

미얀마에서는 '파고다(Pagoda)'를 파야(Paya)라고 합니다. 길을 찾을 때도 '파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택시 기사나 현지인들에게 길을 묻다 보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파야'도 탑의 모양에 따라 다른 이름이 있지만, 굳이 구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파야'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당시를 추억하며 '파고다'가 아닌 미얀마 언어인 ‘파야'라고 합니다.



양곤 (ရန်ကုန်)

미얀마의 옛 수도로 미얀마의 관문이자 가장 큰 도시입니다.

도시 이름인 양곤은 '전쟁의 끝' 또는 '평화'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제가 겪은 미얀마 사람들을 보면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 같습니다.



양곤에서의 첫날,

업무에 들어가기 전, 먼저 관공서와 은행 업무 등을 위해 양곤 시청이 있는 시내로 향합니다.


양곤시내에서 유명한 곳으로는, 어느 나라든 방문 일번지인 역사박물관, 미얀마의 상징인 쉐다곤 파야와 술레 파야 등 다양한 파야, 그리고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쇼핑 장소인 보족마켓과 차이나 타운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습니다.  오늘은 시간상 시청 근처의 술레 파야와 주변을 가장 먼저 둘러보기로 합니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향하는 동안 같은 동남아 국가이면서도 다른 나라와는 사뭇 다른 거리의 풍경을 보며 '미얀마 익히기'를 시작합니다.


양곤에서 택시를 타려면 일단 기사와 흥정부터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릴 때 얼마를 달라고 할지 모르기 때문에 뜻하지 않게 어려움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터기가 있는 택시도 있지만 대체로 없는 택시가 많은 데다, 외국인에게는 특별(?)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무조건 부르는 요금의 반 값으로 흥정하라는 조언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을 정도였습니다.


택시비가 비교적 싸기 때문에 거리가 멀지 않으면 웃돈을 주더라도 대체로 큰 차이가 없어 마음 편하게 타기는 했습니다만, 같은 거리임에도 기사에 따라서는 심지어 두 배씩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택시를 탈 때마다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조금 황당하긴 하지만, 에어컨이 있다면서 추가로 요금을 달라며 태연히 웃는 기사의 얼굴을 볼 때는, 미얀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여행의 즐거움이라 생각하고 애교로 넘기기도 합니다.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여행자에게 너무 고마운 ‘그랩’이 가능하다고 하니, 더 이상 택시비 흥정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양곤 시내의 명물인 술레 파야(ဆူးလေဘုရား, Sule Paya)입니다.

술래 파야는 버마 불교 사리탑으로,  미얀마의 고대 정령 '낫(나트)' 정령에게 게시를 받아 이곳에 지어졌다고 전해집니다. 미얀마의 랜드마크로 유명한 황금빛 쉐다곤(쉐는 황금, 다곤은 언덕이라는 뜻) 파야가 서기 11세기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이보다도 2,500년 이상 먼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술레 파야(가운데 빨간색이 입구)


술레 파야가 자리한 이곳은, 양곤이 수도일 때는 버마 정치와 이데올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공간으로, 버마에서 수차례의 혁명이 일어나는 동안 집결지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양곤 시민에게 술래 파야는, 단순한 사원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수많은 일들을 간직한 역사적인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서울 시청 광장이나 광화문 광장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곳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밤에도 발 볼 수 있도록 멋지게 조명시설이 되어 있어 멋진 야경을 선사합니다.


술래 파야를 중심으로 주변이 회전교차로도 되어있는데, 중심가이다 보니 교통이 복잡해서 낮에는 조금 어수선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사실 낮보다는 해가 넘어간 이후의 야경이 훨씬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양곤 중심가에 자리 잡은 술레 파야의 야경





술레 파야 근처에는 양곤 시청을 비롯한 고풍스러운 서양식 고딕 건물과 마하 반둘라 공원이 있어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미얀마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양곤은 본래 작은 어촌이었으나, 1855년 영국-버마 전쟁으로 영국의 식민 지배가 시작되면서 버마 왕조의 수도였던 북부 내륙의 만달레이에서 바다가 가까워 영국인들이 오가기 편한 양곤으로 수도가 옮겨졌다고 합니다. 초기부터 식민도시로 계획되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서양식 식민지 시대의 건물이 남아 있어서, 많은 분들이 여행을 즐기는 베트남의 수도였던 사이공(호찌민)과도 비슷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태평양 전쟁 때 일본군의 침략으로 도시가 많이 훼손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식민지 시대의 건물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양곤 시청사 건물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


마하 반둘라 공원은 1825년 버마-영국 간 1차 전쟁 당시 왕립 버마군의 총사령군으로 전쟁도중 사망한 국가 영웅 ‘마하 반둘라’의 이름을 딴 공원인데, 이 공원뿐 아니라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유명한 곳이 여럿 있다고 합니다.


마하 반둘라 공원의 독립 기념탑과 분수대



마하 반둘라 공원과 활기찬 거리 모습


슬그머니 다가와서 사진을 찍어달라며 먼저 포즈를 취하는 어린아이의 요청에 웃으며 셔터를 누르긴 했지만 막상 사진을 전해줄 방법이 없어 아쉽네요. 어딜 가든 어린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은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공원 주변에서는 포장마차들이 갖가지 음식과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출출한 나들이 손님들을 유혹합니다.

‘왁자지껄’, ‘시끌벅적’한 포장마차의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아 정겹습니다.



분주한 포장마차를 뒤로하고 남쪽의 양곤강(Yangon River)을 향해 걷는 중에, 어둠 속에서 왠지 익숙한 모습을 봅니다. 양곤 시내를 누비는 ‘울산여객 버스’라니…


울산여객 마크 그대로 양곤 시내를 운행하는 시내버스



양곤강에 도착하니 여객선 한 척이 막 선착장을 떠나 어디론가 향해 출발하고 있습니다.

시내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강 건너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아빠 일 수도, 장사를 마치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상인일 수도, 혹은 양곤의 멋진 밤을 즐기기 위한 여행객일 수도 있지만, 모두가 하루의 수고를 내려놓고 평안한 안식의 밤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붉은빛 가득한 양곤 강의 노을을 보며 미얀마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양곤 강의 노을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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