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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Jan 06. 2024

기찻길 모세의 기적

04. 양곤순환열차와 기찻길 시장

세 번의 기차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양곤의 기차 정보보다는 기차여행을 통해 제 눈에 비친 모습을 소개하고자입니다. 여행을 하던 당시 마침 스마트폰 고장으로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없다 보니 기차시간이나 시장 위치 등 정확한 정보를 남길 수 없어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아쉬움이 남아있습니다.



한 달 여 바다 근무를 마치고 양곤 시내로 며칠간의 꿀 같은 휴가(?)를 나왔습니다.

근로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바다에서 연속 40일 이상 근무할 수 없는 규정 덕분에 생각지 못한 휴가를 얻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며칠 전부터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이 그렇듯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계획을 세우면서부터 여행은 시작되기에 즐거움 한가득 안고 출발합니다.



오늘은 양곤 시내 여행을 계획합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보족 마켓과 차이나 타운으로 향합니다.

다만, 양곤 시를 한 바퀴 순환하는 양곤순환열차가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어, 오늘은 택시비 흥정의 재미를 잠시 뒤로 미루고 기차여행에 도전해 보기로 합니다.


양곤 순환열차는,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저렴하던 비둘기호 정도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더 열악한 환경 때문에 주변에서 기차 타는 것을 그다지 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현지 교통을 이용해 봐야 미얀마를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웅장한(?) 기대를 품고 도전해 봅니다.


인야 레이크 호텔에서 바라본 인야 호수.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이 당시 새로 짓는 롯데 호텔


호텔옆 인야 호수에 핀 연꽃



호텔에서 역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지만 걸어서 가기로 합니다. 골목길 사이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입니다.

용감하게 출발하지만 한 낮 미얀마의 뜨거운 햇빛에 5분도 안되어 등에 땀이 흐리기 시작합니다.



마을 사이를 걷는데 커다란 열매가 열린 나무가 보입니다.

얼핏 보기에 두리안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잭 프룻, Jack Fruit이네요).

근처에서는 아이들이 나무를 오르내리며 놀고 있습니다. 문득 어릴 적 살던 골목길의 빨간 대추가 열린 나무에 올라가 나뭇가지를 힘껏 흔들면 잘 익은 대추가 후드득 떨어지던 생각이 납니다.


덥습니다. 옷은 이미 땀으로 젖었습니다.

마침 즉석에서 사탕수수 주스를 만들어 파는 길거리 가게를 만났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한 잔씩 주문합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갈증 난 목을 달랠 정도는 되네요.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사탕수수 주스를 마시는 동료의 얼굴을 서로 마주 보며 잠시나마 웃습니다.

이 더위에 기꺼이 동행해 준 동료들이 고맙습니다.


즉석에서 사탕수수를 갈아서 주스를 만들어줍니다.



드디어 기차역에 도착했습니다.

아주 작은 간이역이지만 기차를 타려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기차가 도착했습니다.

보족마켓과 가까이 있는 양곤 중앙역(센트럴 레일웨이 스테이션)으로 향하는 기차임을 확인하고 얼른 올라탑니다.

마침 맞은편에도 기차가 오는 바람에 역사가 매우 혼잡합니다.




낮 시간이어서인지 다행히 사람이 많지는 않아 여유가 있습니다.

장사를 하는 분들이 많이 보이는데, 앉아서 휴대폰을 보는 모습은 어디나 같습니다.

기차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라면, 역시 창으로 보는 기찻길 옆 풍경이나 기차의 맨 뒤칸에서 보는 기차의 뒷 풍경입니다.

서민들이 사는 모습을 가감 없이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차가 서는 역에는 가끔씩 시장을 볼 수 있습니다. 기찻길 옆 시장이네요.

기차에 바짝 붙어서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위험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정작 아무렇지 않게 느긋한 사람들의 표정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기와 대화하는 엄마의 표정이 사뭇 진지합니다.



한 참을 달려 어느 역에 정차하더니 기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더니 잠시 후 또 우르르 탑니다.

역이 크고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목적지인 중앙역으로 보이긴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의 기차여행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왕 기차를 탄 김에 어디까지 가는지 계속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순환선이니 결국 양곤을 바퀴 돌겠지’라는 생각으로 결국 내리지 않고 계속 가보기로 합니다. (순진한 생각이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머물던 중앙역을 떠나 또다시 어디론가를 향해 달려갑니다.

구글지도를 보지만 어차피 양곤 시내 지리를 모르니 어디가 어딘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이제 여기가 어디인지, 어디로 가는지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바깥 풍경만 즐깁니다.



또다시 한참을 달리던 기차가 서서히 서더니 이번엔 사람들이 모두 일어서서 내리기 시작합니다.

’ 뭐지?... 순환선이면 처음 탄 역이 나와야 하는데…‘

잠시 당황하며 순환선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의사소통 불가…

여하튼 이 기차는 더 안 간다며 무조건 내리라고만 하니 할 수 없이 따라서 내립니다.


그런데 그 순간 눈앞에 생경한 모습이 펼쳐집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합니다.

오면서 보던 기찻길 옆 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기찻길 옆 시장’이 열려있습니다.

시장 풍경을 더 잘 보기 위해 급히 근처 육교로 올라갑니다.

기찻길 양 쪽뿐 아니라 방금 타고 온 기찻길 까지도 어느새 물건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기찻길 한가운데에서 장사를 하다가 기차가 오면 마치 썰물처럼 쏴악~ 비켜주는 모습이 마치 모세의 기적을 보는 것 같습니다. (태국에도 비슷한 시장이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막상 눈으로 보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오늘 시내 여행은 기꺼이 포기하고 이곳 기찻길 옆 시장의 풍경을 담습니다.

역시 시장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사람 사는 냄새’는 언제나 힘이 나게 해 줍니다.



카메라를 보고 먼저 포즈를 취해주는 아이의 표정이 조금은 진지합니다.



어느덧 철길 너머로 해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만 돌아갈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택시비 흥정과 함께 숙소로 돌아갑니다.

당초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새로움 가득 담은 하루가 즐겁습니다.



어느덧 시장 너머로 해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택시비 흥정과 함께 숙소로 돌아갑니다.

일정이 바뀌긴 했지만, 덕분에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움으로 가득 담은 하루가 즐겁습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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