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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Nov 27. 2018

땅을 친구삼아, 육상 토목

[06] Onshore Civil

여느 건설 현장과 마찬가지로 플랜트 현장 역시 땅을 파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토목이라면, 일반인들에게는 도로나 다리 혹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땅을 파는 것부터 연상되는데, 플랜트 토목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땅을 파고, 지반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파일을 박고, 구조물을 위해 기초를 놓고, 마지막으로 사람과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내는 등의 일을 하는 곳이 토목입니다. 모두 땅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입니다.



토목(Civil)

4대 강 개발 사업으로 인해 최근 몇 년 전부터 토목이라는 단어에 약간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덮인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건설은 바로 이 토목에서 출발합니다. (해상토목이 있는 프로젝트에서는 구별을 위해 육상토목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토목이라고만 부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플랜트 토목에서는 주로 건물이나 구조물을 지지하기 위한 기초(Foundation), 빗물이나 오수 처리를 위한 배수시설(Drainange) 그리고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바닥을 고르고 포장하는 일(Paving)을 하지만, 소방용 배관(Ring main) 등 땅속에 각종 배관(Pipe)을 묻는 작업도 합니다. 그리고 일반 토목과 달리 플랜트에는 특히 완성된 플랜트를 운영하기 위해 건물과 구조물을 연결하는 전기나 계장용 케이블이 엄청 많이 필요한데, 대부분 땅속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 케이블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Trench)을 만드는 곳도 토목입니다. 한마디로 땅에서 흙을 다루는 일은 모두 토목에서 한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플랜트에서는 이렇게 땅을 파서 매설하는 것을 Underground 작업이라고 부르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다양한 기초(Foundation)를 비롯한 배관(Pipe), 케이블(Cable) 등 종류가 많기 때문에 각각의 위치나 지나는 길을 사전에 정리하지 않으면 아주 곤란하게 됩니다. 그래서 반드시 땅속에 매설되는 모든 것들을 한 장의 도면에 표시하는데 이 도면을 Underground Composite Drawing이라고 합니다. 


이 도면을 그리기 위해 예전에는 배관이나 전기와 계장 등 관련되는 팀들이 모여서 하나하나 확인하며 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때로는 서로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하느라 협의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을 땅따먹기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3D Model 프로그램이 발달되어서, 각자 필요한 것을 먼저 배치한 후 한 번에 모아서 볼 수 있기 때문에 간섭되는 것들을 비교적 쉽게 찾아 고칠 수 있습니다. 자연히 눈치싸움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기술의 발달이 참 좋은 예입니다.


Underground Composite Drawing




토목 역시 장비가 매우 중요하지만, 여전히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합니다.


땅에 파일을 박는 일이나 땅을 파서 콘크리트를 쏟아부어 기초를 만드는 일, 무거운 돌을 옮기는 일, 파이프들을 설치하는 등이 모두 장비를 이용해야만 하므로 장비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토목 시공을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기초를 만들기 위한 철근 작업이나 땅을 고르는 일 등 장비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가끔 재미있는 일을 볼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전날 퇴근할 때만 해도 도로 한쪽이 푹 파여있고 그 옆에 흙이 산더미 같이 쌓였는데 다음 날 아침에 보면 쌓인 흙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밤새 작업을 마무리한 것입니다.

이것이 반복되기 때다 보니 어느 날은 도로에 산이 있는가 싶다가도 다음날에는 구조물 옆에, 또 다음날에는 건물 옆에 산이 생겼다가 없어졌다 합니다. 이 일을 일상으로 하는 토목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토목에서 하는 일은 이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플랜트가 완성되고 나면 토목에서 한 일은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토목은 모두 남 좋은 일을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드러나는 것 없이 묵묵히 수고하는 토목 엔지니어 모든 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박성규)



현장을 경험한 엔지니어와 그렇지 않은 엔지니어의 역량은 많은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엔지니어가 현장을 경험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사진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저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조금이나마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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