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Architecture and HVAC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물론 모든 건물은 최대한 보기 좋으면서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짓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건축은 공학이 아닌 예술로 다루기도 합니다. 하지만 플랜트에 건설되는 건물은 한마디로 공간의 효율성에 중점을 둘 뿐 예술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콘크리트 건물이든 철 구조물이든 보기 좋은 건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직 '공간'을 제공하는 목적에 충실한 건물일 뿐입니다.
건축(Architecture or Building)
건축은 말 그대로 플랜트에 필요한 건물을 짓는 일입니다.
플랜트에 들어가는 주요 건물은, 전기를 받아 나누어주는 Substation, 각종 장치를 제어하고 통제하는 Control Room 그리고 운전 요원들이 상주하면서 업무를 보는 사무실(Operation Room)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일반적인 건물과 마찬가지로 콘크리트로 짓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Shelter라고 부르는 철골 구조로 짓는 건물들도 있습니다. 보통 Shelter는 비나 바람 등으로부터 장비를 보호하기 위한 용도인데, 건물의 양쪽이 트인 구조로, Generator나 Compressor 그리고 Transformer 등 대형 장비가 설치되는 공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건물 형태에 따라 설계나 시공 주체가 조금 다르다는 것입니다.
콘크리트로 건물은 모두 건축에서 담당하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철골 구조는 다른데, 보통 지붕이 있는 건물이면 건축(Architecture) 팀에서, 지붕이 없는 구조물은 철골(Steel Structure) 팀으로 나누어서 수행합니다. 즉 지붕이 업무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왜 이런 구분이 생겼는지는 저도 궁금할 뿐입니다.
참고로, 육상플랜트는 콘크리트 건물과 철 구조물이 공존하지만, 해양플랜트는 조금 다릅니다.
선박처럼 바다에 떠 있거나(Floating Type) 수심이 깊지 않은 바다 위에 설치하는 모듈(Module or Platform)이나 모두 철 구조물로 짓습니다. 당연하겠지요.
그래서 해양플랜트에는 '땅'이라는 개념과 '콘크리트'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래서 토목이라는 공종은 아예 없고 건축은 육상플랜트에 비해 규모가 적습니다. 반면에 철골을 담당하는 구조는 해양플랜트의 중심일 정도로 위상이 매우 큽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물론 모든 건물은 최대한 보기 좋으면서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짓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내부 인테리어에도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건축은 공학이 아닌 예술로 다루기도 합니다. 대학에도 공대에 속해있는 건축공학과는 ‘기술’이라면 조형대에 속한 건축보다는 ‘예술’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플랜트에 건설되는 건물은 한마디로 공간의 효율성에 중점을 둘 뿐 예술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콘크리트 건물이든 철 구조물이든 보기 좋은 건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직 '공간'을 제공하는 목적에 충실한 건물일 뿐입니다.
또 한 가지,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건물을 모듈(Module) 형태로 짓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현장에서 짓는 것이 아니라 다른 Yard에서 건물을 통째로 지어서 현장으로 이동, 설치하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현장에서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모듈화(Modulization)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철 구조물로 된 건축입니다.
실제로 제가 수행한 프로젝트에서는, 전기실(Substation)과 제어실(Control Room)이 있는 건물을 한국의 조선 Yard에서 제작하여 UAE까지 이동, 설치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이 방법이 현장에서 짓는 것보다 효율적이거나 비용이 적게 드는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제작 비용뿐 아니라 대형 모듈을 운송하는데 드는 비용과 제작 일정(Schedule)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품질은 확실히 보증할 수 있습니다.
공조설비 (HVAC, 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
모든 건물에 필요한 것이 공조설비입니다. 흔히 에어컨 설비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함께 일하는 플랜트 엔지니어 중에도 HVAC에 대해서는 그저 에어컨만 있으면 다인 줄 아는 엔지니어도 많습니다. 그 정도로 HVAC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습니다. 용어도 조금 생소하다 보니 HVAC를 에치박, 하이박으로 표현하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공조설비는 실내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설비 만이 아니라 건물 내부의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기에 눈에 잘 띄지는 않아도 세세하게 챙길 것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설비하나가 시스템이다 보니 기계 뿐 아니라 각종 제어 장치(Control)는 물론 건물 내 배관(Plumbing)까지 많은 지식을 갖추고 챙겨야하는 일종의 종합예술입니다. 우리 삶에 가장 기본적인 것을 제공해주는 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례로, 프로젝트 수행 도중에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Control Room에서 한창 시운전을 하는 중에 에어컨이 고장을 일으켜 두 시간 동안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에어컨 없는 두 시간이 그처럼 길다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사람이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으니까요.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중동 지방의 7월 햇볕에 바싹 달궈진 건물 안에서의 두 시간. 저뿐 아니라 모든 분이 HVAC의 소중함을 체험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여전히 플랜트 분야에는 HVAC엔지니어가 부족합니다. 그렇다 보니 HVAC 엔지니어는 늘 이 현장 저 현장으로 불려 다니는 것이 일입니다. 그러면서도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위상도 크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점이 HVAC 엔지니어들이 가진 큰 어려움 중의 하나입니다.
삭막한 현장이지만, 조금이라도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건축 그리고 HVAC 엔지니어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현장을 경험한 엔지니어와 그렇지 않은 엔지니어의 역량은 많은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엔지니어가 현장을 경험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사진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저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조금이나마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