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Steel Structure
박성규)
철골(Steel Structure)
플랜트에서 철골은 사람의 뼈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철골이 먼저 완성이 되어야만 각종 장비와 배관들이 철골 위에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토목에서 기초(Foundation)를 완성해주면 그 위에 철골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플랜트의 모습이 점차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토목 작업을 하는 중에는 현장이 그야말로 공사판(?)처럼 어수선하다면 철골이 자리 잡으면서 현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가는 기분이 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대형 Vessel을 필두로 각종 장비가 속속 현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철골 업무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자리 잡을 터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가 마무리되는 것입니다.
철골 작업은 크게 아래의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Stick Built
원자재에 기초 가공만 한 상태로 현장으로 투입하면 현장에서 하나하나 조립하여 구조물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대략 아래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 형강류(Shape - Beam, Channel, Angle etc.) 등 원자재 구매
- 제작장(현장과 별도)으로 원자재 투입
- 도면에 맞추어 절단, Bolt Hole 가공, 도장(Painting) 등 기본 작업
- 현장(Site)으로 투입
- 현장에서 도면에 따라 조립, 구조물 완성
Module
Stick Built와 달리 제작장에서 구조물까지 제작하여 통째로 현장으로 운송하면 현장에서는 제 위치에 자리 잡은 후 마무리 작업만 하는 공법입니다.
- 제작장(현장과 별도)에서 구조물을 Module로 제작 후 현장으로 운송
- 현장에서 정위치에 설치 후 마무리 작업
육상플랜트(Onshore Plant)
Stick Built 공법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현장 위치나 여건에 따라 Module 공법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규모가 적은 구조물은 Stick Built로 시공하기 때문에 완전히 Module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니 혼합형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어느 공법이 유리한지 따지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비용이나 일정, 품질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현장 작업 여건이 비교적 좋은 경우에는 Stick Built 공법에 문제가 없지만 주변 환경이나 작업 여건이 열악한 경우에는 Module 공법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현장 여건이란 중동의 사막이나 나이지리아의 삼각주 혹은 동남아나 페르시아만 한가운데 있는 섬 등 지리적인 측면과 함께 현장 근처의 인프라도 매우 중요합니다.
간단한 자재의 조달이 가능한지, 인원 동원은 원활한지, 지역 공동체(Community)와 마찰은 없는지 등도 현장 작업을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것을 모두 고려해서 Stick Built 혹은 Module 공법을 정해야 합니다.
해양플랜트(Offshore Plant)
고민의 여지가 없이 모두 Module 공법입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Stick Built로 시공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해양플랜트에서는 구조물을 Platform이라고 하는데, Platform뿐 아니라 육상에서 설치되는 모든 장비까지 모두 육상에서 Platform에 설치하여 현장으로 운송합니다. (운송은 여기 참조)
재미있는 것은, 육상플랜트는 보통 공정(Process) 팀을 가장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해양플랜트는 구조를 가장 우선시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구조에서 Platform을 다루기 때문인데, 해양플랜트는 Platform이 Main이다 보니 당연히 육상 구조팀보다는 물론이고 타 공종에 비해도 위상이 다릅니다. 특히 구조 해석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사실 EPC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어느 하나라도 중요하지 않은 팀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지요. 무엇이든 비교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우리의 특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해양플랜트 사업을 하는 회사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그리고 삼성중공업으로 모두 제작장(Yard)을 보유한 조선사들이며, 해외 경쟁업체들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조선사이거나 해양플랜트를 위해 특화된 제작장을 보유한 업체들입니다. Platform을 통째로 제작하려면 당연히 크고 무거운 물건을 다룰 수 있는 대형 크레인 등 설비와 인력이 매우 중요한데 이런 설비와 인력을 보유한 회사는 조선사뿐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점이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비교적 쉽게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계 일류 조선사의 강점을 활용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새로운 먹거리라는 판단으로 빅 3 모두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플랜트 프로젝트는 조선과 아주 다르다는 것을 엄청난 수업료를 지급한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지만.... (이 문제는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여기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육상플랜트이든 해양플랜트이든 결국 멀리서 보이는 것은 웅장한 구조물의 모습입니다.
특히 플랜트의 야경은 낮의 모습과 또 다른 웅장함을 보여줍니다.
현장에서 가끔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이벤트를 여는데, 그중의 하나가 현장을 밝히는 날 즉, 등(Lighting)에 전기를 공급하는 순간입니다. 어둑 컴컴한 현장에 빛이 비치며 환하게 그 웅장함을 드러내는 순간, 모든 이들의 땀을 날리는 환호와 함께 박수로 현장을 덮습니다. 그동안 흘린 땀을 하늘로 날리는 순간입니다.
사막 한가운데 현장에서 오랫동안 땀 흘리며 수고할 때는 정말 힘들기도 하지만, 어두움 가운데 우뚝 서 있는 구조물을 보면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현장에 있어 본 분들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임이 틀림없습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박성규)
현장을 경험한 엔지니어와 그렇지 않은 엔지니어의 역량은 많은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엔지니어가 현장을 경험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사진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저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조금이나마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