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Epilogue
'사진으로 읽는 플랜트 현장 이야기'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접하는 일을 소소하게 나누려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사진을 고르고 올리면서 문득 '현장 경험을 할 기회가 없는 엔지니어들이 이 사진을 본다면 간접 경험을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왕 하는 김에 사진과 더불어 실제 하는 일도 간략하게나마 함께 소개하던 것이 결국 현장 업무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현장 일이라는 것이 워낙 방대한 분야이기에,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기는 하지만, 본인의 업무와 직접 연관되지 않으면 깊이 들여다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어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접 현장을 확인하면서, 덕분에 더욱 확실하게 알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중에 몇몇 분께 질문과 메시지를 받았는데, 주로 플랜트 분야에서 근무 중이신 분들과 플랜트 분야 취업하기 위해 준비 중인 대학생, 그리고 이 분야에 새로 진출하기 위해 관심을 두고 계신 분들로, 사진으로나마 현장을 볼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고 하셔서 마음이 좋았습니다. 탈조(탈조선)네 탈건(탈건설)이네 하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에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이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욱더 기뻤습니다.
이분들께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다시금 생각해보았고, 현장 업무뿐 아니라 EPC 전체, 즉, 엔지니어링(E)과 자재구매(procurement)도 살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EPC 프로젝트 전체를 살펴보게 되는 것이 됩니다. 이미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와 관련된 글을 써서 출간까지 하였으나, 이 책은 매니지먼트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내용으로 이 업계에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내용이어서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쉽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기에, 이분들을 위해 다시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엔지니어링은 하나하나가 전문 분야입니다.
엔지니어링은 하나하나가 대학에서 전공으로 배우고도 오랜 실무 경험을 통해 실력을 쌓아야 하는 전문 분야입니다. 한 개인이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전문 지식은 독자에게 맡기기로 하고, 지금까지 시공 업무를 공종별 개념 위주로 살펴본 것처럼, 이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도 어느 정도 개념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만, 즉 공종별로 하는 일과 역할에 대해 개략적으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이 분야에서 현업을 하는 분께는 아주 기초적인 내용이겠지만 다른 공종의 업무를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는 소식으로 조선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인수 당위성,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물론 현대중공업 노조의 강력한 반대 그리고 주변국의 승인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지만, 산업은행이 직접 나서는 것을 보면 크게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현대중공업의 인수에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플랜트를 하는 사람으로서 조선 사업보다는 양사에서 수행하는 해양플랜트 사업이 어떻게 될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로서는 합병이 아닌 각자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하는데, 인수를 계기로 그동안 수도 없이 지적돼 오던 우리나라 업체들끼리의 저가 입찰 경쟁이 사라질 것인지, 양 회사 간 중복되는 사업이 어떻게 조정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앞으로 삼성중공업의 위상도 깊이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인수 이후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여하튼 해양플랜트 시장이 속히 회복되고 우리나라 EPC 업계도 살아나서, 이 분야에 계시는 분들이 예전처럼 활짝 웃으며 일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합니다. 한때 수많은 엔지니어에게 자신의 젊음을 바칠 만한 가치를 안겨 주었던 예전의 그 플랜트로 재건되기를 기대합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날을 대비하는 것 또한 지혜일 것입니다.
'EPC 프로젝트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명확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박성규)
(이 글은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장을 경험한 엔지니어와 그렇지 않은 엔지니어의 역량은 많은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엔지니어가 현장을 경험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사진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저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조금이나마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