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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Mar 05. 2019

시공의 끝 MC 그리고 품질

[17] Mechanical Completion and Quality

토목을 시작으로 마무리 작업인 도장과 보온까지 현장 시공업무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와서 보니 토목, 건축, 공조, 구조, 기계, 배관, 전계장, 통신, 도장 그리고 보온, 그 어느 하나도 플랜트에 없어서는 안 되는 팀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시공에서 하는 업무를 공종별로 간단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시공단계

    - 토목(Civil), 건축(Architecture), 구조(Structure) : 설치(Installation)

    - 기계(고정식 설비, Stationary) : 설치(Installation) - 내부 검사 (Baseline/Internal Inspection)

    - 기계(회전 기계, Ratating Machinery) : 설치(Installation)

    - 배관(Piping) : 설치(Installation) : 수압시험(Hydrostatic Test) - 복구(Reinstatement)

    - 전계장(Instrument & Control) :  설치(Installation)

    - 보온(Insulation) : 설치(Installation)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너무 간단하네요. '설치(Installation)'라는 한 단어로 정리가 되어버렸습니다. EPC 프로젝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이렇게 심플하게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랍습니다.




MC(Mechanical Completion)

MC(Mechanical Completion)라고 해서 모든 설비의 설치 검사가 완료되면 시공팀의 역무는 종료되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운전팀이 현장을 주도하게 됩니다. (MC의 규정은 발주처의 성향에 따라 프로젝트마다 약간 다를 수 있는데, 보통은 시공 완료를 의미하지만 Pre-commissioning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구분은 계약서에 명확하게 명기됩니다.)


현장에서는 방대한 시공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이것을 PCS(Project Completion System)라고 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장비마다 검사 항목을 정한 Check Sheet를 미리 등록하고 이에 따라 검사관(주로 QC)이 검사한 결과(Inspection Report)를 등록하는데, 이렇게 모든 검사 결과가 시스템에 등록되면 자연스럽게 시공이 마무리되는 것입니다. 즉, 등록 여부에 따라 현장 진행 현황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으면 문제가 있는 부분도 쉽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PCS로는 WinPCS(Windows Project Completion System)라는 범용 시스템이 많이 사용되는데 그 기능이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여느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사용은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WinPCS를 도입하더라고 회사 실정에 맞추어 Customizing 하여 사용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오일 메이저처럼 아예 자체 시스템을 사용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WinPCS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 






품질(Quality Management)

여기서 잠시 품질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시공 업무 위주로 알아보면서 품질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 없이 지나쳤습니다만, MC를 위해서는 품질 검사팀(QC, Quality Control)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시공 결과는 모두 QC의 검사서류로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시공 작업 하나하나 모두가 QC의 검사를 통과 후 검사 확인증(Inspection Certificate or Report)이 발급되고, 이렇게 결과를 모아서 발주처에 제출함으로써 MC가 되는 것입니다. 이 검사서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곳이 바로 품질팀입니다.


시공팀과 QC 간에 언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은데, 시공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빨리 마무리하고 싶어 하지만 QC 입장에서는 품질과 관련된 문제를 쉽게 넘어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의 성공 척도는 안전, 비용, 품질 그리고 일정 네 가지인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품질일 정도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품질 조직은 시공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독립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품질 조직은 발주처나 EPC Contractor나 같습니다.


참고로, 예전에는 QC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검사뿐 아니라 품질을 총괄 경영한다는 의미에서 품질경영(Quality Management)이라고 부릅니다.




Punch & NCR(Non Conformance Report)

QC에서 검사 중에 문제가 있으면 내용을 적어서 시공으로 보내는데, 중요하고 큰 문제는 NCR(Non Conformance Report)을, 비교적 사안이 가벼운 것은 Punch로 발행합니다. 문제의 중요성이 다르므로 당연히 NCR과 Punch를 Close 하는 절차도 다릅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용어나 관리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NCR과 Punch는 어느 프로젝트에서나 동일하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NCR과 Punch는 기계 설치가 잘못되었다든가 하는 큰 문제부터 볼트에 녹이 생겼다거나 청소가 덜 되었다거나 하는 사소한 것까지 아주 다양하며, 당연히 수량도 많습니다. 이 역시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Oil & Gas EPC 프로젝트라면 보통 10만여 개를 가볍게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NCR과 Punch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공 업무가 마무리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빨리 처리하는 수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언제까지 Close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지만, 계획이라는 것이 항상 이상적(?)으로 수립되다 보니 계획대로 처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현장이나 시공 막바지에 이르면 현장 소장을 비롯한 매니저들이 매일 밤 Punch Close 미팅을 하는데, 이 시간이 매니저들에게는 참 괴로운 시간입니다. 매일 계획 대비 몇 개를 처리(Close)했는지는 기본이고, 계획만큼 처리하지 못했으면 사유를 보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Punch의 내용을 일일이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가, 내 마음대로 Close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핑계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려니 매니저들에게는 아주 괴로운 시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있듯이,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Punch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현장을 분주하게 오가며 활기가 돌게 하던 시공 인력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현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식간에 '고요함'으로 들어갑니다. 분주함으로 시끌벅적했던 현장이 갑자기 조용해다 보니 문득 적막함을 느낄 정도입니다.





설계(E) - 자재구매(P) - 시공(Construction) - 시운전(Pre-commissioning & Commissioning)

지금까지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순차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시공 업무가 진행되는 순서를 따라 함께 걸으며 둘러보았습니다. 시공은 정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EPC 프로젝트의 네 단계 중 가장 광범위한 단계로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일의 종류도 다양하고 장비를 다루기에 늘 사고의 위험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또한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수천 명이 함께 어우러져 일하며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기에 안에서 온갖 세상의 일들이 다 일어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현장은 누군가의 아빠이고, 자식이며 형제인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사연을 가슴에 품고 함께 어우러지는 곳입니다. 한국에서, 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에서, 그리고 관리자로, 작업자로, 지원팀의 일원으로서 모두 자기의 역할을 가지고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곳입니다. 이 맞물림이 부드럽게 작동할 때 프로젝트의 성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매니지먼트가 어디에 관심을 가져야 할지는 너무나 분명합니다.


프로젝트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소중'한 이유입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박성규)

                                                       (이 글은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장을 경험한 엔지니어와 그렇지 않은 엔지니어의 역량은 많은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엔지니어가 현장을 경험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사진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저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조금이나마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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