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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Mar 09. 2019

열매를 위한 마지막 산고, 시운전

[18] Pre-Commissioning & Commissioning

설계(Engineering) - 자재구매(Procurement) - 시공(Construction) - 시운전(Pre-commissioning & Commissioning) 


이제 드디어 EPC 프로젝트의 네 단계 중에서 마지막 단계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바로 시운전입니다.



Pre-commissioning

시공이 완료되었다고 해서 바로 시운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공과 시운전 사이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이 일을 하는 단계를 Pre-Commissioning이라고 합니다. 


엄밀히 보면 Pre-Cmissioning 업무는 시운전 업무와는 다릅니다. 실제 업무도 장비의 특성이나 전문성으로 인해 시운전팀이 아닌 기계나 계장팀에 속한 전문가들이 수행하기도 합니다. 


Pre-commissioning을 알리는 Tag



Pre-commissioning의 역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시공이 완료된 각종 장비나 배관 등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정리하는 것 그리고 설치된 각종 장비나 기기의 동작 여부를 시운전 전에 하나하나 미리 점검하는 것입니다. 


Pre-commissioning 단계에서 하는 일은 아래와 같이 간략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기계 (고정식 설비, Stationary) : Final Box-up

    - 기계 (회전 기계, Ratating Machinery) : Motor Solo Run - Final Alignment

    - 배관 (Piping) : 건조 (Blowing) - 누수 시험(Leak test) 

    - 계장 (Instrument & Control) : Calibration, Loop Test, PSV Popping Test


이 중에서 실제 직접 보기 어려운 Popping Test와 Calibration에 대해 간략히 소개합니다.



PSV 분출 압력시험(Pressure Safety Valve Popping Test )

PSV 분출 압력시험이라고 하며 안전밸브가 설계대로 작동하는지 미리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이 작업도 Calibration의 일종으로서 반드시 전문업체가 현장에 상주하며 수행합니다.


Shop에서 Popping Test 하는 모습



Instrument Calibration

계측 기기는 반드시 일정 기간(주로 1년)마다 측정기준이 제대로 맞는지 확인하여야 합니다. 가정용 몸무게를 보면 사람이 올라가지 않았는데도 눈금이 '0'이 아닌 경우가 있는데, 이때 '0'으로 맞추고 몸무게를 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래 사진은 정확히 말하면 Calibration 하는 모습이 아니라 Calibration 도중 문제가 생긴 기기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확인하는 모습이지만 Calibration 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Pressure Gage 작동여부를  확인하는 모습






Commissioning

말 그대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시운전입니다. 전기가 공급되는 전기 장비를 포함해서 주요 장비들이 제대로 운전이 되는지 시험운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Valve의 Function Test도 시운전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System 혹은 Package 등의 성능시험도 시운전에서 담당합니다. 


시공에서 생긴 문제를 모르고 지나치더라도 시운전 중에 모두 걸러져서 실제 운전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시공 기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오래전에 들어와 설치된 장비들이 제대로 동작을 안 하거나 오작동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발견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을 Trouble Shooting이라고 합니다. 시공의 Punch와는 개념이 많이 다릅니다.


시운전 동안에는 시운전 요원을 제외한 일반인의 접근이 강력히 통제되며, 전 현장에 LOTO 시스템이 가동됩니다. LOTO는 Lock-Out Tag-Out의 머리글로써, 시운전을 하는 동안 장비를 함부로 열거나 동작할 수 없도록 잠금장치를 하고 열쇠를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장비에 전기가 공급되고,  Oil이나 Gas가 운전을 위해 System에 공급되면 매우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시운전 중임을 알리는 각종 표지와 크레인 시운전 모습



시운전에 들어가면 시공은 모두 완료되었다는 뜻으로 이때부터 운전팀(Operation Team)에서 플랜트를 접수하게 됩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시운전은 대부분 발주처에서 직접 수행하고 EPC Contractor는 지원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EPC 업체가 시운전 경험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발주처에서 자신들이 운전할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경험을 가지고 직접 시운전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시운전 기간을 통해 새로 짓는 플랜트에 익숙해지기 위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그리고 발주처에서 직접 시운전을 하더라도 시운전 중에 생기는 문제나 일부 수정 작업을 위해 Contractor의 시운전팀의 인원이 남아 지원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조금 빗나가는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 EPC 업체들이 해외 프로젝트에서 고전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시운전 미숙입니다. 지난 2010년에서 2015년 경까지 중동에 프로젝트가 몰리면서 시운전 시점에 경험 있는 인원을 구하지 못해 타사 시운전 인원의 쟁탈전(?)까지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몇몇 회사에서는 우리나라의 많은 정유업체나 화학업체에서 운전 경험이 많은 분들이 EPC 업체로 와서 시운전을 담당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도한 적도 있었지만, 업무에 대한 이해나 환경이 달라서인지 기대한 것보다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시운전을 마치면 이제 정식으로 Fluid(Oil 또는 Gas)를 맞이할 준비가 완료됩니다.

이렇게 플랜트를 가동할 준비가 완료된 상태를 RFSU(Ready for Start-up)라고 하며, 이 시점에서 플랜트를 발주처로 인계하면 프로젝트는 대장정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참고로 발주처는 Start-up 기간 동안 충분한 시험운전을 거치며 시스템을 안정화한 후 정식으로 운전에 들어갑니다.)


해양 플랫폼 전경(미얀마 가스 플랜트)



시운전도 시공에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그런데도 시공과 비교해 너무 적은 단 하나의 칼럼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시운전은 범위가 방대하고 모두 기술적인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운전하는 동안 강력한 통제로 인해 사진을 확보하기도 어렵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저도 시운전하는 모습을 곁에서 보았을 뿐 실무 경험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순차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시공 업무가 진행되는 순서를 따라 함께 걸으며 둘러보았습니다. 막상 여기까지 와서 보니 너무 시공의 눈으로만 접근한 것 같아 아쉬움이 생깁니다. 이왕이면 간단하게라도 기술적인 내용과 함께 시공업무 절차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늘 그렇듯이 마지막이면 항상 생각나는 것입니다. 

마치 시험을 하루 앞두고서는 꼭 하루만 더 있었으면 하는 것처럼...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박성규)

                                                       (이 글은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장을 경험한 엔지니어와 그렇지 않은 엔지니어의 역량은 많은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엔지니어가 현장을 경험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사진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저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조금이나마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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