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Painting, Insulation & Scaffolding
이제 시공 단계의 마지막 작업인 도장(Painting)과 보온(Insulation) 그리고 족장(Scaffolding) 작업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도장과 보온 작업은 공사의 제일 마지막에 하는 작업으로써, 기계나 배관 등 다른 작업이 어느 정도 정점을 지났다 싶으면 이 작업도 시작합니다. 특히 도장은 인력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도장 작업까지 들어가면 현장은 그야말로 난장판(?) 분위기로 변합니다. 하지만 도장과 보온 작업을 한다는 것은 시공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즈음이면 현장도 서서히 철수할 준비를 시작합니다.
도장(Painting)
말 그대로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구조물은 물론 대부분 장비는 이미 도장이 완료된 상태로 현장에 입고되기 때문에 크게 도장 작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일부 장비의 경우 도장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현장에 조금 떨어진 별도의 장소(Painting shop)에서 도장을 한 후 현장으로 투입하면 되기에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공 도중 장비나 구조물 곳곳의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손상을 입은 부분에 다시 도장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벗겨지거나 손상된 부분이 보기에 좋지 않을뿐더러 나중에 녹이 생길 수 있기에 발주에서 문제점(Punch)으로 지적합니다. 그렇다 보니 현장에서 가장 많은 Punch를 가진 팀이 바로 도장팀입니다. 그래서 도장 작업의 상당 부분은 Punch를 해결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도장 작업은 당연히 모든 시공 작업이 완료되어야만 착수할 수 있기에, 항상 프로젝트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시작할 수밖에 없어 늘 일정에 쫓길 수밖에 없습니다. 시공에서 일정을 당겨서 넘겨주면 좋겠지만 이것을 기대하기는 사실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당겨주기는 고사하고 늦추지만 않아도 감사할 지경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항상 페인팅 작업을 하는 인원은 공사 막바지에 대량으로 투입되어 밤샘 작업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의 페인팅 작업은 한마디로 '3D 업무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법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되면서 건설 현장에서 애를 먹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팀이 바로 도장팀입니다.
보온(Insulation)
배관이나 장비를 보온재(Insulation)로 감싸는 작업입니다.
보온병처럼 주로 유체의 일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외부와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운전 중에 배관이나 장비의 온도가 높은 경우 작업자가 데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보온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를 PP(Personnel Protection)라고 합니다. 또한 스팀이나 전기적으로 열을 공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Steam Tracing 또는 Electrical Heat Tracing이라고 하며, 안전을 위해 보온으로 마감을 합니다.
보온재로는 Glass Wool(유리솜)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보온재는 미리 만들어 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 상황에 적절히 맞추어 보온재를 자르고 붙이는 작업을 합니다. 보온재인 Glass Wool은 지금은 사용이 금지된 석면처럼 가루가 많이 날리기 때문에 작업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는 물론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다루어야 합니다.
보온재를 설치한 후에는 함석으로 감싸서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합니다. 보온작업을 한 장비나 배관은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족장(Scaffolding)
족장은 도장과 보온과는 달리 구조물이 설치되면서부터 설치합니다. 족장이 설치되어야만 안전하게 설비나 장비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플랜트 현장은 일반 건물과 달리 구조물(Steel Structure)로 지어지기 때문에 족장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렇다 보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는 구조물이 온통 족장으로 에워싸여있어 구조물인지 건물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족장 설치는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자격증을 가진 작업자만 족장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처음 족장을 설치하는 경우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고, 또한 고소(높은 위치) 작업이 많기 때문에 매우 위험함은 물론 설치된 족장에서 작업하는 작업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현장이나 족장은 전문 회사에 용역을 주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단지 족장을 나르는 일은 자격증이 없어도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시공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면 족장 철거 작업에 들어갑니다.
족장을 철거할 즈음이면 현장이 더욱 바빠집니다. 족장 철거 전에 마쳐야만 할 일이 있는데 다음 공정을 위해 철거를 강행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이 과정에서 철거 일자를 조정하느라 애를 먹기도 합니다.
현장에 있다 보면, 족장을 철거했다 다시 설치하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작업 공정상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팀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일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잘못 철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모두 추가 비용과 일정 지연으로 연결되기에 정말 하루가 금쪽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족장이 철거되면 점차 구조물이 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현장이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도장과 보온 그리고 족장을 마지막으로 어느덧 현장 시공업무를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시공의 끝마무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모든 일은 마무리가 중요한 것이니까요.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박성규)
(이 글은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장을 경험한 엔지니어와 그렇지 않은 엔지니어의 역량은 많은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엔지니어가 현장을 경험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사진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저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조금이나마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