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무표정의 기술

Part 2.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거리

by 김선경

조용한 강의실이었다.

‘집중’이라기엔 너무 조용했고, ‘긴장’이라기엔 조금 무뎠다.

표정 없는 얼굴들 사이로 나는 “이야기하고 싶은 분 계실까요?”라고 물었다.

잠시의 침묵.
눈을 마주치지 않는 시선들.
그리고, 고요하게 닫힌 입술.


나는 이 풍경을 ‘무표정의 기술’이라고 부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분명 어떤 감정은 안에 있다.
그건 단지 표현되지 않을 뿐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말할 수 없고, 또 누군가는 말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일지도 모른다.

공공기관에서의 퍼실리테이션은 단순히 ‘소통을 이끄는 기술’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섬세하게, 그 공간에 허락된 감정의 폭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 조직은 말이 허용되는 분위기인가?”
“이 질문은, 안전하게 던져도 되는 질문인가?”
“지금 이 사람은, 정말 말하고 싶지 않은 걸까, 아니면 포기한 걸까?”


무표정은 단지 감정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그건 자기 보호이자, 학습된 태도다.


그동안 말해서 바뀐 적이 없다는 경험, 질문하면 오히려 피곤해졌던 상황,
‘말이 문제를 만든다’는 암묵적인 합의.


그 모든 것들이 사람들을 말없이 만들고, 침묵이 문화가 되고, 침묵의 조직은 점점 굳는다.

그래서 나는, 무표정한 얼굴들을 볼 때마다 묻는다.
그들은 정말 조용한 걸까?
아니면,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 걸까?


우리는 말하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말해도 괜찮은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공직자 교육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발언 연습이 아니라 안전한 정서 공간 설계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거리.
그 거리를 줄이는 건 질문이 아니라 관심과 믿음이다.


오늘의 질문

당신의 조직은, 침묵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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