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강의장에 먼저 도착한 감정

Part 1. 감정도 출근한다.

by 김선경

1장. 강의장에 먼저 도착한 감정


강의는 10시에 시작이었지만,
나는 9시 20분에 강의장 문을 열었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었다.

묘하게 가라앉은 공기, 자리마다 다른 각도로 놓인 의자,
하얀 칠판에 남겨진 이전 회의의 흔적.

그리고 이 공간에 먼저 도착해 있던 감정들.


말보다 먼저 들어오는 게 감정이라는 걸,
교육 현장을 다니며 수없이 느껴왔다.


강의장이 그렇고, 워크숍 장소도 마찬가지다.
강사보다 먼저 도착해 있는 건 책상이 아니라 조직의 분위기다.


공공기관 교육을 오래 하다 보면, 내용보다 분위기가 먼저 읽힌다.
질문을 던졌을 때 눈을 피하는지, 사소한 농담에도 분위기가 얼어붙는지,

쉬는 시간에 조용히 나가는 사람이 많은지. 이건 단순히 수업 참여도가 아니다.

그 조직이 지금 어떤 ‘정서 상태’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소중한 단서다.


어느 기관의 소통 워크숍에서였다.
질문을 던져도 반응이 없던 한 중년 남성이, 쉬는 시간에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말씀은 좋은데요… 우리는 그냥, 안 하는 게 편해요.”


‘우리는 그냥.’
그 말에 묻어난 건 무관심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감이었다.

소통이라는 주제조차 누군가에게는 감정노동이 될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날 깨달았다.

교육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이고,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 사람이 숨기고 있는 감정까지 마주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강의 전에 ‘강의안’을 보기보다 ‘공기’를 본다.
사람들의 눈빛을 보고, 테이블 간 거리를 보고, 서로의 말투를 듣는다.


그 조직에 쌓여 있는 감정이 오늘 교육의 절반을 결정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오늘의 질문

“당신의 조직은, 감정을 안전하게 둘 수 있는 공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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