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수업>을 읽고
“사랑력은 아무 노력 없이 가만히 두면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갈수록 점점 나빠진다.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왜 똑같으냐고 여길 게 아니라 이것저것 해봐서 그나마 현상 유지되는 거라고 봐야 맞다.”
<사랑 수업 p.261>
“반가워요! 올해 마지막 회차 코칭 수업이네요. 먼저 워크숍 참석하게 된 동기와 워크숍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을 적어볼까요?”
거의 2년 동안 인연을 맺고 있는 곳이라 익숙한 사람과 분위기이지만 코칭 수업은 난데없다. 직업적으로 필요한 사람이나 코칭 자격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위한 수업이라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수업 교재를 받고 강의실에 앉아 있어도 역시 특별한 목적이 없다. 수업 시작 전, ‘왜’를 묻는 몇 가지 질문 앞에 깊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참석 동기는 소통과 솔직함을, 얻고 싶은 것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풍성한 대화 나누기를, 시도할 행동에는 질문과 경청이라 적었다. 그 후로 몇 개의 질문은 빈칸을 채우지 못했다.
수업 공지에 평소와 다른 관심을 보인 표면적인 이유는 ‘남편’이었다. 결혼 10년이 넘어가자 부부 관계가 여기저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표면상 드러난 큰 문제는 없었지만 늘 수류탄 하나를 품고 사는 느낌이었다.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리는 것에 바쁘고 힘겨운 일상 속에서 부부는 고목 같은 사이가 되어갔다. 불평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까지 손을 뻗을 에너지와 마음을 물어봐 줄 여유가 없었다. ‘다 그래.’ ‘원래 그런 거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표면 위에 떠 오른 대화만 이어갔다. 점점 두 사람 사이 흐르는 물길이 꽉 막혀 건조한 느낌이 들었다. 삶의 동반자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답답함을 해결해야 했다. 소화제 대신 소화력을 키우고 싶었다.
나는 ‘회피형 불안정 애착’으로 두려운 대상을 경계하며 피한다. 좀처럼 속을 보여주지 않고 ‘그냥’이라 말하며 좀처럼 화를 내지도 않고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없는 편이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경계가 심하기 때문에 어렵게 마음을 살짝 보였다가 불길한 느낌이 들면 재빨리 마음을 닫고 더 깊은 동굴에 들어가 버린다. 외로움이나 고립감에 무딘 편이라 상대에 무심할 수 있다.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지만 표현하지 않고 회피하거나 냉소적으로 대한다. 쿨한 것 같지만 누구보다 사랑에 목말라 있기도 하다. 관계 회복을 위해서 사소하고도 긴밀한 대화가 절실했다. 대화 자체가 두려운 기질을 살펴보니 한숨만 나왔다.
회피 성향은 단단하고 견고해서 정면 승부보다는 살짝 피하는 행위가 필요하다고 한다. 평소 설명해도 소용없고 상대가 싫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말을 주저했다.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고 결론을 내려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당장 해결하지 못하고 상대가 이해하지 못해도 상황과 감정을 설명해줘야 오해와 답답함을 피할 수 있다. 진짜 상대를 배려하고 위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매번 숨고 도망가는 나를 붙잡고 끊임없이 뭐라도 말하기를 설득해야 한다.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고, 정답은 없다고.
2년 전 코칭을 통해 처음으로 온전히 나를 인정받는 경험을 했다. 상대는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시간을 기다려주고 어렵게 꺼낸 이야기에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어떤 해답도 제시하지 않고 내 안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꺼내게 했다. 긍정적인 의도를 찾아주며 자신감과 용기를 갖게 도와주었다. 모든 사람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해답은 가지고 있으니 코치는 답을 찾기 위한 파트너일 뿐이라고 했다. 신비롭고 매력적인 경험이었다. 대화를 통해 소통하고 싶었던 거구나. 마음과 감정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나누고 싶었던 거구나.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었던 거구나. 코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남이 아니라 ‘나’ 때문이었다.
사랑은 ‘사랑한다’는 말로만 전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듯 사랑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부모는 아기의 옹알이도 척척 알아듣게 되지 않은가! 어떤 말이든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고 무슨 말도 귀 기울이며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는 모습이 진짜 사랑이다. 지금 어설프게 말을 배우는 어린 아기라 여기자! 온전히 나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부모가 없어도 괜찮다. 지금 나를 지탱하는 기억하지 못하는 사랑이 있고 지금도 부단히 발버둥 치고 있다. 모든 사람은 두려움 자루를 지고 있다고 한다. 걸어갈수록 자루에는 있는 작은 구멍으로 두려움이 흘러나오고 대신 자신감이 채워진다고 한다.
불안과 걱정이 입을 막고 말을 머리로 향하게 방해하더라도 악지로 표현하고 설명하자. 의심하고 혼자 판단하기보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정중히 상대에게 묻자. 힘들어도 한 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