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문장>을 읽고
독자가 문장을 똑바로 마주하며 '그래, 맞는 말이야'라고 공감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당신'이라는 말을 넣는 것이다. 또는 '나는'이라고 쓴 부분을 '당신은'으로 바꾸어도 좋다. 그러면 문장의 초점이 읽는 사람에게 맞추어져 독자는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글을 읽게 된다.
<마케터의 문장 p.124>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막내가 어린이집에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창밖에 눈이 내렸다. 집 안에서 봤을 때는 눈이 약간 흩날리는 것 같았는데 밖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우산 없이 오랜만에 온몸으로 눈을 느끼며 딸도 나도 신이 나서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바닥은 금방 하얗게 변했고 옷과 가방 위에 쌓이는 눈을 재빨리 털어내느라 내 손은 분주했다. 집에 들어올 때도 혹시 눈이 남아 있을까 봐 겉옷을 벗어 탈탈 털어냈다.
막내를 데리러 가는 시간까지 눈이 계속 내렸다. 눈이 반가웠는지 큰아들이 점퍼를 걸치고 먼저 집을 나섰다. 그사이 꽤 많은 눈이 쌓였고 놀이터에는 눈 위를 뒹구는 아이들도 북적거렸다. 한 남자분이 빗자루를 들고 넓은 길 위에 눈을 혼자 쓸고 있다. 아저씨의 손길이 허망하게 잠깐 얼굴을 내민 땅바닥은 곧 눈으로 덮인다.
“엄마, 눈 결정체 좀 봐요!”
손을 잡고 걸어가던 아이가 꽤 여러 번 ‘눈 결정체’를 이야기한 것 같다. 눈의 자세한 모습은 책이나 현미경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아이의 말을 인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아이는 답답했는지 자신의 팔을 내 앞에 불쑥 내밀었다. 아무 무늬가 없는 검정 옷 위에는 예쁘게 눈 패턴이 찍혀있다. 너무 놀라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아이의 팔을 더 가까이 당겨서 유심히 눈을 관찰하니 눈은 더 선명하게 자신을 보여주었다. 책에서 보던 모습과 정말 똑같았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 서서 팔 위에 눈을 신비롭게 관찰하며 사진을 찍었다. 더 많은 눈을 팔 위에 얹기 위해 팔을 쭉 뻗어 요리조리 움직였고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될수록 옷이 얼룩덜룩 젖어갔다. 옷은 금방 마를테니 괜찮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 결정체를 직접 보는 거야. 눈으로도 관찰할 수 있는 거구나. 너무 예쁘다.”
아이는 ‘예쁘다’를 계속 중얼거리는 엄마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유심히 들여다보는 아이의 눈망울을 닮고 싶어 진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보고 얻기 위해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쫓기듯 정신없이 달린다. 매 순간 삶을 지나치고 나를 지나친다. 삶을 허겁지겁 사느라 수많은 감동의 순간을 놓치며 사는 것은 아닐지 살결을 스치며 끊임없이 떨어지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삶이 던지는 무수히 많은 소중한 시간을 잡는 것은 내 몫이다. 안다고 보이는 것이 아니다. 사랑한 만큼 보이고 나의 애정과 관심을 내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다.
당신은 오늘 하루 당신의 삶을 얼마나 관심 있게 들여다보았나? 바쁘게 달렸다면 잠시 멈춰 삶 속 익숙한 곳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간을 보내보자. 매일 낡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사소한 것에 놀라고 감탄하며 감동하는 순간을 쌓아가자. 호들갑스러운 순간이 모여 우리의 삶은 밤하늘의 별처럼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온종일 ‘눈 결정체’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입안을 맴돌며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눈이 내리면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눈을 온전히 느껴보고 우산 속에서 주저 없이 팔을 내밀어 눈 결정체를 마주하리! 소리로 마음을 울리는 비와 달리 조용히 내리는 눈도 이제는 진짜 마음을 흔들 것 같다. 좋아하는 날이 하나 더 늘었고 삶이 한 움큼 풍요로워졌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인 게 인생이더라. (여덟 단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