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풍경

by 달꽃향기 김달희
가는비 내리는 날의 흐린 강변

비님 오시는 날,

강으로부터 적막과 고요가

회색빛 대지를 누르며 피어 오른다.


오월의 올된 햇살에

찌들린 꽃들

때로는 피곤한 몸뚱아리

나 몰라라 하듯

벌렁

드러누워 잠을 잔다.


저멀리 비맞은 숲에서

들려오는 지극히 맑고 경쾌한

새들의 노래

귀를 의심하며 두번 세번

뒤돌아보며 들어본다.

분명한 새들의 노래로다.


한걸음 두걸음 떼는 발길

물기 스미어 든 길바닥엔

연륜대로 안은 삶의 무게

가득하다.

애처로운 한가함으로

여유로운 비의 리듬에 맞춰 길을 걷는다.

비님이 오셔야만 자유의 몸이 되는

거부할 수 없는 굴레를 지고

오늘도 느린 시위를 벌인다.

달팽이...


무심한 인간의 발아래 죽어갈까

노심초사하며 걷는 길

의지와는 상관없는 무작위의 살인이 될까

미안함에 마음이 천근만근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비님 오시는 날의 외출

전광석화처럼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비오는 날의 풍경 위로 흐르는

애절한 노래가락

사람이기에 그저 지나칠 수 없는

각자의 무게대로 해석되는 느낌들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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