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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cea Jul 13. 2020

손을 내밀어주는 순간

아파서 위로 받고 싶은 마음

내가 다녔던 회사 건물 25층엔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상담하는 곳이 있다.

나는 자주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 아이들을 만나곤 한다.


어느 날,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사무실로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아이가 자꾸 소리를 지르고 발로 땅을 쿵쾅쿵쾅 밟고 있었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손으로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아이를 감싸 안고는 

그러면 안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야 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인지라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이 탔고, 그 아이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

아이의 어머니가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그 누구도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모두가 내리고 나와 그 아이, 그리고 아이 엄마 셋이서만 남았을 때,

문득 그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허리춤을 만지고 있었다.


키가 작아서 손을 쭉 뻗어도 내 허리춤밖에 닿지 않는 아이는 나를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의 어머니는 내게 죄송하다고 또 고개를 숙이시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아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아이의 손은, 그 고사리 같은 손은 무척이나 보드라웠고 따뜻했다.

아이는 소리를 내지 않았고, 나를 보며 싱긋싱긋 웃고 있었다.

어머니는 죄송하다며 아이의 손을 떼려 했고, 나는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24층에 도착했을 무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한 중년 남성이 탔고, 모자는 급히 내렸다.

고개를 돌려 층수를 보니, 25층이 눌러져 있었다.

모자는 25층을 가려다가 24층에 잘못 내렸다.

엘리베이터는 다시 올라갔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아이에게 필요했던 건, 손을 내밀어 주는 것. 그뿐이었다.

시끄럽게 소리 지르는 것도, 바닥을 쿵쾅쿵쾅 밟는 것도

피해를 주려고 했던 행동이 아니다.


그 아이를 생각하며, 어쩌면 가끔은 나도 저 아이처럼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어주는 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서 위로받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이해한다면 손을 내밀어 주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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