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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cea Jul 30. 2020

내가 퇴사를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

엄마의 응원


올해 초, 퇴사를 했다.


애정을 많이 가졌던 회사에서 나오기란 여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작년 추석 즈음이었다.

연휴 전날이라고 회사에서  마치 대학교 출튀를 하듯, 

전 날 온 메일들에 답장만 하고 곧바로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양 손 가득 회사에서 받은 명절 선물세트 한우와 부모님 용돈이 든 봉투를 들고

그 길로 곧장 집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방에서 곯아떨어졌다. 

오랜만에 본가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온몸이 가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오래간만에 먹는 집 밥 맛있게 먹으라며

어머니가 정성스레 차려주신 밥상을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엄마, 나.. 잘하고 있는 걸까?"

숟가락을 들고 밥상머리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내게, 

어머니는 우선 밥부터 먹으라고 하셨다. 


눈물 젖은 밥은 먹어본 집 밥 중에 최고였다.

꾸역꾸역 배가 터질 정도로 밥을 먹었다.


식사가 끝나고, 과일을 내어오신 어머니 앞에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엄마, 나... 퇴사해도 될까?"

"우리 아들 이제 좀 쉴 때도 됐지, 하도 안 쉬길래 언제 쉬나 했다."

어머니는 과일을 깎으시며 대답하셨다.

그 말에 눈물이 콱 쏟아져버렸다.


"수능 끝나고 일주일도 안되어 알바를 시작해서, 

대학교도 여행도 취업도 한 번도 손 안 벌리고 다 네가 스스로 이뤘잖아.

지난 십 년 동안 우리 아들, 한 번도 쉬지도 않아서 걱정됐어. 괜찮아."


어머니의 말이 끝나고, 나는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삶을 통틀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이 나이가 어쩌면 개인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거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에 도전을 해보지도 않으면 나 너무 후회할 것 같아. 

지금까지 잘 버텨왔는데, 이젠 좀 쉬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좀 하고 싶어.

어쩌면 이게 내가 충동적으로 사고 치는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돼."


"그래, 괜찮아. 지금까지 사고 한 번 친 적도 없으면서 뭘. 

하고 싶은 거 해보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나아. 하고 싶은 거 해봐.

네 인생에 관한 일은 네가 이기적이어야 해."


나는 그렇게 길지 않은 어머니와의 대화에 용기를 얻었다.


사실, 그전까지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 남들 하는 대로 일정 나이에 맞게 사는 것이 내겐 나를 가두는 큰 어항처럼 느껴졌고, 그 어항에서 강으로, 바다로 나아가는 건 당신을 실망시키는 행동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정작 어머니는 그런 나를 걱정하고 계셨다.

어머니의 말은 내 인생을 두고 나 자신이 가장 이기적인 선택을 해도 응원하겠다는 의미였고, 

그런 내게 실망하지 않는다는 약속이었다.


그렇게 나는 추석 연휴가 끝나고 출근한 바로 첫날 퇴사 의사를 밝혔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왜? 이직하려고?"

내 상사는 물었다.

"아뇨, 꿈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상사는 어이없는 듯 웃었다.

나는 그를 보면서 더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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