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지구와 건강을 지키는 미래 식량 도시락으로
코로나 시국 이후, 개인적으로 마스크만큼이나 익숙해진 것은 도시락이었다.
회사는 물론 여행을 갈 때도,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식당 방문이 꺼려져 도시락을 챙겨가기 시작했다.
아주 감사하게도 나에겐 요리를 즐겨하는 엄마가 있었고, 그런 엄마 덕분에 나는 도시락을 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 만큼의 노력으로 먹을 수 있었다.
어느 날은 정말 거저먹었고, 어떤 날은 옆에서 이것저것 거들며 도시락에 익숙해져 갔다.
나는 플렉시테리언으로 적어도 혼자 있는 순간만큼은 비육식을 선택하고자 한다.
지구인으로 그 정도 책임은 다하자는 마음에서다.
대단히 많은걸 해줄 수는 없지만 지구를 위해 딱 내 삶의 절반의 순간 동안 비건으로 존재하기로 결심했고, 노력 중이다.
이런 내 다짐을 엄마는 매우 찬성하셨다.
사실 찬성 정도가 아니라 쌍수를 들고 환영하셨다.
원래부터 내가 사 먹는 수많은 음식들이 문제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엄마보다 30살이 어린 나는 운동에 꾸준하게 돈을 씀에도 엄마보다 체력이 약한 편인데, 엄마는 그 이유를 식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하신다.
자주 먹는 것도 아니라 상관없다고 우겼지만, 우리 가족 중 유일하게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이 나온 사람이 나 하나니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혼자 몰래 생각하긴 했다.
엄마는 요리에 조미료나 가공식품을 가능한 넣지 않으신다.
대신 맛과 건강을 생각해 다른 것을 넣곤 하신다.
먹어왔던 나 조차도 전혀 그 맛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름을 들으면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지고, 괜히 입안이 텁텁해지는 그것.
바로 '식용곤충'을.
식용곤충이 미래를 대비한 식량인 줄로만 알았는데 내 과거에, 내 뱃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니.
우리 집 식탁이 상당히 미래지향적이었던 것일까?
직접 먹고 또 만드는 과정을 봤음에도 알지 못했다. 그냥 양념(?)이라고 생각했다.
곤충을 벌레 모양 그대로 넣은 것이 아니기에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식용곤충의 존재를 커밍아웃하신 엄마는 더 자유롭게 이를 거의 모든 요리에 넣으셨다.
육류가 들어가지 않는 도시락의 모자란 단백질을 대체하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 챙겨 다닐게 아니라면, 무엇이 들어가든 군소리 없이 맛있게 먹어야 했다.
도시락으로 점심을 완전히 대체한 이후 속이 부대끼지 않았고 음식을 먹고 난 이후에도 식곤증이 덜했다.
이건 사 먹는 음식보다 저염식 이어서 일수도, 보다 적은 칼로리의 음식으로 소식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분명 하루 한 끼. 딱 그 정도의 노력만큼은 더 건강해질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지구도 그만큼은 더 건강해졌다.
하루 한 끼, 단 한 끼만 육식을 멈추는 일을 세명이 하면, 지구는 한 명의 비건을 더 갖게 되는 셈이 된다.
한 명의 비건은 매일 5,000리터의 물, 20kg의 곡식, 0.8평의 삼림지대, 9kg의 탄소 발생량 그리고 한 마리의 생명을 살린다.
어디선가 이 글을 읽은 이후,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해 육식을 포기할 수 없음을 고집할 수 없었다.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과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완전한 비건을 약속하지는 못했다.
나는 나를 알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가 마주하게 될 실패가 나를 비건으로부터 완전히 멀어지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만 우선 해보기로 했다.
완전하고 완벽한 도전만 유의미한 건 아니며, 모두의 작은 노력이 한 사람의 커다란 노력보다 지구에는 더 의미가 클 수도 있으니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지하는 것, 그리고 알게 되었다면 어떤 행동이라도 해보는 것.
이것이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삶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일이라고 믿는다.
모두가 비슷한 마음으로 딱 한 발자국씩만, 가야 하는 방향으로 향한다면 아마도 세상은 어마어마하게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
분명 오늘보다 내일 더 건강한 나와 지구를 마주할 것이다.
모든 이들이 더 건강한 것들로 각자의 일상을 채워나가길 응원하며,
오늘부터 [지구와 건강을 지키는 레시피] 공유를 시작해본다.